"기억도 없는데 내 가방에?" 술 취해 남의 지갑 들고 온 남성, 절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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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없는데 내 가방에?" 술 취해 남의 지갑 들고 온 남성, 절도일까?

2025. 06. 09 16:2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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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신고 대신 우체통 투입한 행동, 경찰 눈엔 ‘은폐’로 보일 수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기억도 없는데 내 가방에…


만취 후 절도 피의자가 된 남성. 술에 취해 남의 지갑을 가져온 사실만으로 절도죄가 성립하는지 변호사들의 답을 들어봤다.


술이 웬수… 필름 끊긴 사이 가방에 들어온 남의 지갑

직장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두 달 전, 후배와 거나하게 술을 마신 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가방 안에 생전 처음 보는 여성의 지갑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취로 2차 술자리부터 귀가까지의 기억이 전혀 없던 A씨는 당황했다. 괜한 오해를 살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이틀 뒤 사무실 근처 우체통에 지갑을 넣었다.


그렇게 잊고 지낸 지 두 달, 경찰로부터 "절도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으니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CCTV 확인 결과, A씨가 들렀던 2차 호프집 옆자리 손님이 지갑을 분실했고, 유력한 용의자로 A씨가 지목된 것이다. A씨는 "지갑을 훔칠 의도가 전혀 없었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절도죄 핵심은 '이것'

변호사들은 A씨의 절도죄 성립 여부가 '불법영득의사(不法領得意思)'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불법영득의사란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할 의사"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지갑 취득 후 2~3일 뒤에 우체통을 통해 반환한 것으로 보여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난 가게의 배치도 등을 통해 실수로 타인의 물건을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 역시 "만취 상태로 기억이 없고 습득 경위가 명확하지 않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지갑을 따로 숨기거나 처분하지 않고 우체통에 넣었다면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체통 반환, '양날의 검' 될 수도

다만, 지갑을 발견 즉시 신고하지 않고 우체통에 넣은 행위는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법률사무소 유의 박성현 변호사는 "지갑을 발견한 즉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우체통에 넣은 점이 수사기관에 은폐 또는 고의로 비춰져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사 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복하기보다, 만취 상태였고 이후 경황이 없어 우체통에 넣은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고의가 없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유선종 변호사도 "만취 상태만으로 처벌이 면제되진 않으나, 감경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면서 "즉시 반환하려 했던 사정(우체통 투입 등)을 명확히 설명하면 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만취·블랙아웃, 처벌 피할 수 있을까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스스로 술을 마셔 심신장애 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 법원은 '알코올성 블랙아웃'에 대해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0고단1007 판결)


결국 A씨가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만취로 인해 기억이 없음을 주장함과 동시에, 지갑을 훔치려는 고의, 즉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음을 객관적인 정황과 일관된 진술로 입증하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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