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카드 복제해 팔아치운 '간 큰' 배달 기사…이들의 처벌은? 피해자 구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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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카드 복제해 팔아치운 '간 큰' 배달 기사…이들의 처벌은? 피해자 구제는?

2021. 09. 30 13:57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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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 현장 결제하는 손님 노렸다⋯"결제가 오류가 나네요"

카드 복제 후 텔레그램으로 팔아넘겨⋯파생된 피해액만 1700만원

배달기사들은 손님에게서 카드를 받으면 복제기에 먼저 긁어서 해당 카드 정보를 훔쳤다. 이 사건 피해자만 10명. 복제된 카드들은 전국 금은방 등에서 1700만원 가량 사용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유튜브 '연합뉴스 TV'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손님, 자꾸 결제 오류가 나네요. 잠시만요."


배달음식을 주문한 뒤 '만나서 결제'를 선택한 손님들. 음식을 가져온 배달기사에게 별 의심 없이 신용카드를 건넸다. 그 순간 해당 카드는 복제됐고,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1장당 50만원씩 팔려나갔다.


지난 28일, 부산동래경찰서는 이처럼 손님의 신용카드를 복제해 판매한 배달기사 5명과, 이들로부터 위·변조 카드를 사서 직접 사용한 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범행 수법은 단순했다. 문제의 배달기사들은 손님에게서 카드를 받으면 복제기에 먼저 긁어서 해당 카드 정보를 훔쳤다. 이후 결제 오류가 난다며 둘러대곤, 다시금 정상 단말기에 카드를 긁어 상황을 무마하는 식이었다. 이 사건 피해자만 10명. 복제된 카드들은 전국 금은방 등에서 1700만원 가량 사용됐다.


카드 복제해 팔아넘긴 배달기사⋯횡령이나 배임 적용은 힘들어

피해자들은 주문한 음식값을 내려고 했다가, 뜻하지 않게 수백만원의 카드 대금을 떠안게 된 실정이다. 이처럼 손님을 속이고 재산상 피해를 입힌 배달기사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무엇일까?


우선, 정해진 음식값 외에 다른 목적으로 신용카드가 쓰이게 만든 행위가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지 살펴봤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해당 혐의가 적용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는 "횡령죄는 재물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되는 사람에게,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게 각각 성립하는 범죄"라며 "반면 이 사건 피해자와 배달기사 사이에 그런 지위나 책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귀 법률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도 "피해자와 배달기사는 음식값 결제를 위한 용도로, 10~15초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카드를 주고받은 상황"이라며 "이런 정도로는 배달기사가 손님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횡령)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배임)에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배달기사가 음식을 배달하고 결제를 하는 건, 손님이 아니라 가게 주인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일이다. 그러니 배달기사에게 횡령이나 배임 등이 적용되려면, 가게 주인에게 재물(음식값)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경우여야만 가능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김현귀 법률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김현귀 법률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 /로톡뉴스·로톡 DB


사기처럼 보여도 이들의 행동이 사기가 아닌 까닭

가장 유력해 보였던 사기죄 역시 이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사기죄는 ① 타인을 속여서 ②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하고, 이를 통해 ③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성립한다.


이 사건 배달기사들이 손님에게 "결제가 안 된다"며 속였고(①), 이에 속은 손님이 다른 단말기를 이용해 카드를 한 번 더 긁도록 허용한 건 맞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선 손님에게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③). 원래의 카드로는 정상적인 음식값만 결제가 이뤄졌기 때문. 추후 손님이 진짜 피해를 입은 건, 제3자가 복제된 카드를 사용하면서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애초에 배달기사가 신용카드를 복제했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기사의 최초 기망 행위에는 금은방 등에서 복제 카드가 사용되는 피해까진 예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복제 카드가 사용되면서 손님에게 발생한 재산상 피해를 가지고는, 배달기사들에게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김현귀 변호사의 설명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신용카드 복제한 배달기사 처벌부터 피해자 구제까지 가능

비록 횡령이나 배임, 사기죄는 적용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배달기사들을 처벌할 방법은 존재했다. 신용카드에 관한 일련의 범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현우 변호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의 처벌 규정을 통해서, 붙잡힌 일당을 모두 처벌할 수 있다"고 했고, 김현귀 변호사도 "명백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가운데 배달기사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 다음과 같다.


제1호. 신용카드를 위조하거나 변조한 경우

제2호. 위·변조된 신용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경우


이처럼 신용카드를 위·변조하거나 부정하게 사용한 사람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피해자 역시 이 법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6조 제5항은 회원의 신용카드가 위·변조돼 부정 사용된 경우, 신용카드사가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사례처럼, 카드가 부정하게 사용된 걸 알게 됐다면 피해자는 우선 카드사에 '분실·도난 신고'를 접수해, 추가로 카드가 사용되는 걸 막아야 한다.


그다음 위·변조 카드 사고사실을 접수하고, 부정 사용된 금액에 대해 보상을 신청하면 된다. 카드사는 피해자의 귀책이 없다면 위·변조 신고 접수 날짜를 기준으로 60일 전후에 발생한 부정 사용액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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