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가구 거래 살인' 사건⋯ 사람 죽였는데 예상 형량은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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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가구 거래 살인' 사건⋯ 사람 죽였는데 예상 형량은 '집행유예'

2019. 10. 29 17:14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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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가구 사겠다” 여성 혼자 사는 집에 방문해 살해한 남성

변호사 "상해치사죄 적용 가능성 있다"⋯'살인죄' 아닌 이유는?

살인죄 적용돼도 '집행유예' 가능성은 있어

중고가구 거래를 하던 30대 여성이 20대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범행 후 목에 전화줄을 매어 놓은 뒤 화장실에 시신을 유기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자기 집에서 중고가구 거래를 하던 30대 여성이 둔기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가구 상태를 확인하겠다”며 피해자 아파트를 찾아간 A(남⋅25)씨가 저지른 일이다. 둘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대부분은 “사형만이 정답이다” “X죽일 놈” 이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형사 전담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집행유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가 뭔지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살해한 남성이 말하는 범행 동기 "깎아달라는 요청 무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1일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오후 6시 40분쯤 B씨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B씨가 판다고 한 소파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A씨는 거래 가격을 놓고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B씨가 이를 무시했고 화가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범행 직후 A씨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숨진 B씨 목에 전화줄을 매어 놓은 뒤 화장실에 시신을 유기했다.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집 밖엔 CC(폐쇄회로)TV가 있었다. 결국 A씨는 범행 이틀만인 23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가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적용했다. 결국 A씨는 구속됐다.

적용할 수 있는 혐의 '살인죄'와 '상해치사죄', 이를 정하는 기준은?

A씨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살인죄와 상해치사죄다. 살해의 ‘고의’를 인정한다면 살인죄, 그렇지 않다면 상해치사죄가 적용된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화가 나 B씨의 얼굴을 몇 대 때렸다”고 진술했다. 법원이 이 행동을 ‘B씨를 죽이겠다’라는 적극적 고의, 또는 ‘죽을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라는 미필적 고의로 인정할 경우 살인죄가 적용된다.


법원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상해치사죄가 적용된다. A씨에 상해치사죄가 적용되고, 법정 최저형인 징역 3년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가 가능해진다.


변호사들은 “우발적 범행, 초범인 점에 피해자 가족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건을 검토해본 법무법인 시월 류인규 변호사는 “A씨의 주장처럼 얼굴을 몇 대 때렸는데 쓰러진 정도라면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 적용이 가능하다”라며 “이 경우 합의 여부에 따라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여자친구의 얼굴을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때 적용된 혐의도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였다. 당시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우발적인 범행인 점, 피해자의 유족이 피고인을 모두 용서한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살인죄 적용받아도 '작량감경' 되면 집행유예 가능

경찰이 적용한 혐의에 따라 살인죄가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집행유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판장이 작량감경(酌量減輕)으로 형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량감경이란 판사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재판 때 이를 발동하면 법정 최저 형량의 절반까지 깎을 수 있다. 여러 참작할 만한 사정을 종합해 본래 정해진 형량보다 줄여주는 것을 뜻한다.


중고 가구 거래 중 30대 여성을 살해한 남성은 범행 이틀만인 23일 경찰에 붙잡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에 살인죄가 적용된다면 형량은 5년부터 시작한다. 이를 판사가 반으로 깎으면 2년 6개월이 된다. 2년 6개월은 3년 이하의 형이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살인죄가 적용되더라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라며 “역시 여러 감경을 거치는 경우 그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살인죄가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가 내려진 판례가 여럿 있다. 지난 2007년 서울고등법원 판례가 그렇다. 당시 법원은 아내의 내연남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남편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우발적이고, 반성하고 있으며, 합의를 한 점 등이 근거였다.


다만 류인규 변호사는 “조사 결과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이 드러나면 A씨에게 집행유예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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