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만실이라 판사가 봐준다? '자리가 없어 집행유예' 소문, 사실일까
교도소 만실이라 판사가 봐준다? '자리가 없어 집행유예' 소문, 사실일까
법적 근거는 없지만
양형 아닌 가석방 등 형 집행 단계에선 영향 줄 수 있어

부산교도소 정문 모습. /연합뉴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방송에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교도소 'TO(정원)'가 없다는 이유로 풀어준다고 전했다. 웃어넘기기엔 어딘가 찜찜하다. 정말 교도소가 꽉 찼다는 이유가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 웃지 못할 농담은 교정 행정의 뼈아픈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전국 교정시설은 만실을 넘어 포화 상태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125.9%에 달했다. 100명이 써야 할 공간에 126명이 지내고 있다는 의미다.
급기야 부산구치소는 "수용 과밀 상태가 심각하니 수사·재판 등 업무 집행 시 고려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법원과 수사기관에 보내기에 이르렀다.
범죄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교도소 신설은 주민 반대로 번번이 좌절되는 상황. 교도소에 보낼 자리가 없다는 현실이 정말 법의 저울마저 흔들고 있는 걸까.
교도소 TO가 양형에 영향 미칠까? "법적 근거는 없다"
판사가 "교도소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형량을 깎아주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양형은 법관의 재량이지만,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에 따라 범행 동기, 피해 정도, 피고인의 전과, 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이 결정된다.
이 기준 어디에도 교정시설의 수용 여건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교도소 사정이라는 행정적 요인이 형량을 결정한다면, 이는 범죄의 경중과 피고인의 책임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된다.
벌금 낼 돈이 없는 사람을 교도소 보낼 자리가 없어 집행유예로 풀어준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는 교도소 과밀 문제와는 별개로,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돕기 위해 2018년 도입된 제도다.
양형 아닌 가석방 등 형 집행 단계에는 영향
다만 교정시설의 과밀 문제는 이미 선고된 형을 집행하는 과정, 특히 가석방 심사 등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법학자들은 가석방의 기능 중 하나로 '교정시설 수용인원 조정 및 국가경비 절감'을 꼽는다. 교도소가 지나치게 과밀해지면 교화 기능이 떨어지고 수용자들의 인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가석방 심사 시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법무부가 이미 수감된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할 때는 수용률이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교도소 포화 사태는 사법 시스템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주민 반발에 막힌 교정시설 신축 문제를 해결하고, 구금형 외에 사회봉사 등 대안적 처벌을 확대하는 등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