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사건,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비극적 사건,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가해자 한 명을 빼고 모두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다."

모든 형사사건에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를 형사사법체계의 구조적 이유에서 찾아본다. 사진은 칼럼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코리아
한 여성이 편의점에서 문을 열고 나오다가 넘어졌다. 잠시 후 주차장에서 한 번 더 넘어졌다. 머리에서 피가 났고, 일어나지 못했다. 이를 발견한 한 남성은 자신의 차로 여성을 데려갔고, 병원으로 가는 대신 성폭행을 했다.
그는 여성을 자신의 차에 내버려 둔 채 집으로 돌아왔고, 대학교에 강의하러 출근했다. 피해자 가족의 신고로 24시간 만에 발견된 여성은 결국 열흘 뒤 뇌 손상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중한 형의 선고가 가능한 강간치사로 기소했다. 법원은 성폭행 부분은 유죄가 인정되지만, 성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사망의 죄를 묻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중과실치사를 예비적으로 추가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법원과 검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유기치사로 기소했다면 사망의 부분까지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검찰이 기소를 잘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정말 법원이 잘못 재판한 것일까? 기록을 봐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판결은 법과 양심, 그리고 형벌 간의 균형을 고려한 결과이며, 대체로 공정하다. 유기치사까지 알아서 재판해야 하지 않냐고? 이는 우리 법 제도가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 법 제도에 따르면 형사사건에서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부분에 한하여만 판단할 수 있다. 즉 검찰이 기소한 바로 그 죄에 해당하는지 가부만을 밝히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법리에 따라 판단했고, 여성의 사망에 뇌진탕 등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있었기에 강간치사의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그렇다면 검찰이 기소를 잘못했나? 검찰 또한 법리와 사안의 중대성을 충분히 고려해 기소했다. 오히려 누구나 분노할만한 범죄에 합당하지 않은 죄로 기소해 약한 형이 선고되기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기소해 법원에서 충분히 다투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법 제도가 문제인가? 법 제도는 법원의 자의적인 재판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이유에 바탕을 둔다. 인류 역사상 많은 법관이 권력을 자의에 따라 휘둘렀고, 희생자는 항상 국민이었다. 이를 막고자 법관의 판단 범위는 법으로 제한되어 있다.
가해자 한 명을 빼고 모두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아쉽다. 사건이 비극적이었기에 더욱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상태에 그칠 수는 없다. 억울한 죽음이 헛되어서는 안 된다.
본 사건을 계기로 시민들은 우리 사법 체계의 구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따라서 제대로 한 일을 비난하며 감정을 표출하고 분을 삭이는 데 그치지 않고, 죄를 비난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영점을 잡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법을 잘 이해하게 된 시민의 국가 사법 체계에 대한 감시는 이로부터 얻어지는 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