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 스프레이’ 사용이 정당방위가 되려면?
‘페퍼 스프레이’ 사용이 정당방위가 되려면?
페퍼 스프레이는 ‘위험한 물건’…정당방위 요건 충족하지 못하면 처벌받을 수 있어
시비로 인한 쌍방 폭행 중 사용하면, 특수폭행‧상해의 피의자 될 수 있어

‘페퍼 스프레이’ 사용이 정당방위가 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할까?/셔터스톡
A씨는 얼마 전부터 외부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방 안에 페퍼(후추) 스프레이를 넣고 다닌다. 하지만 페퍼 스프레이는 ‘위험한 물건’으로 취급되므로, 이를 사용할 때는 정당방위 요건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A씨는 상황별로 정당방위 요건이 되는지를 변호사에게 질문했다.
상황 ①
상대방과 시비가 붙었는데, 그가 욕설하면서 위협적인 자세로 다가왔다. 그래서 A씨가 “더 이상 다가오면 페퍼 스프레이를 발사하겠다”고 3차례 정도 경고하면서 뒤로 물러났으나, 상대방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다가와 페퍼 스프레이를 얼굴에 발사했다.
상황 ②
시비가 붙은 상태에서 상대방이 주먹을 휘둘렀고, A씨가 이를 피한 뒤 페퍼 스프레이를 얼굴에 발사해 무력화했다.
상황 ③
상대방이 주먹을 휘둘러 A씨가 얼굴을 한 대 맞은 뒤, 페퍼 스프레이를 얼굴에 발사했다.
정당방위 되려면 상대방 공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 또 나의 행위는 방어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음을 입증해야
페퍼 스프레이는 압력에 의해 발사되는 분사형 호신용품으로, 특별한 허가 없이 누구나 소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페퍼 스프레이 사용이 정당방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과잉방위로 판단되면 처벌받을 수 있으니,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변호사들은 조언한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페퍼 스프레이는 ‘위험한 물건’으로 취급되므로, 자칫하면 사용 즉시 특수폭행‧상해의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며 “사용자가 정당방위를 주장하여 위법성을 조각시키지 못하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법원은 시비가 붙은 상황에서의 폭력 행사를 ‘정당방위’가 아닌 ‘상호투쟁’ 즉, 쌍방 폭행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발생한 행위는 방어 행위인 동시에 공격 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그는 부연했다.
이 변호사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려면 △상대방의 공격이 얼마나 급박하고 위협적이었는지, △나의 행위가 방어를 위한 유일하고 최소한의 수단이었는지, △CCTV,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경우든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이상, 그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상대방 공격이 종료된 후 보복의 의미로 사용했다면, 과잉방위나 상해로 판단될 수 있어
법무법인 창세 장혜원 변호사는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 요건”이라고 말한다.
<상황 ①>
장 변호사는 “법원은 상황의 긴급성·회피 가능성·사용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①의 경우 과잉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상대방이 욕설과 위협적 자세로 접근하면서 세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가온 경우, 정당방위 성립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후퇴하며 경고한 점은 방어 의사와 상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상황 ②>
②의 상황에 대해 장혜원 변호사는 “공격이 진행 중이거나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면, 상대방이 휘두른 주먹을 피한 뒤 페퍼 스프레를 사용한 것은 정당방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공격이 종료된 후 보복의 의미로 사용했다면, 과잉방위나 상해로 판단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상황 ③>
주먹에 얼굴을 한 대 맞은 뒤 페퍼 스프레이를 사용한 경우에 대해 장 변호사는 “상황이 계속 위협적이었고 추가 공격이 우려됐다면 정당방위로 볼 여지가 있지만, 상대방이 더 이상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면 정당방위가 아닌 보복 행위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실제 당시의 위협성과 긴급성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강민기 변호사는 “이 경우 이미 침해가 종료된 상황에서의 반격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정당방위보다는 정당행위나 긴급피난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장혜원 변호사는 “모든 경우에서 사용 전 경고·후퇴·회피 노력은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하므로, 그 점을 증거로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