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사고 낸 빗썸 직원, 오지급 실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60조 사고 낸 빗썸 직원, 오지급 실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민법상 '부당이득'이라 돌려줘야
"이미 썼어요" 변명, 악의적이면 이자까지 물어내야

사진은 9일 서울 강남구 빗썸 투자보호센터 모습. /연합뉴스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직원의 클릭 실수로 약 60조 원어치에 달하는 '유령 코인'이 뿌려졌다. 62만 원을 주려다 62만 비트코인(BTC)을 지급한, 이른바 '팻 핑거(Fat Finger·입력 실수)' 사태다.
사태 직후 빗썸은 회수에 나섰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이미 출금을 시도하거나 "준 거니까 내 돈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황당한 사건, 법적으로 따져보면 결론은 명확하다.
민법은 '부당이득'이라 부른다
빗썸이 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비트코인(보유량의 약 14배)을 전산상으로 지급한 행위. 민법은 이를 어떻게 볼까.
법적으로 이는 '비채변제'이자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빗썸은 이용자에게 62만 원을 줄 의무만 있었지, 62만 비트코인을 줄 채무는 없었다. 빚이 없는데 빚을 갚은 꼴이니, 원인 없이 넘어간 재산이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이용자들은 빗썸에 코인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 빗썸이 실제 코인을 가지고 있었든 아니든(무권리자의 처분), 전산상 숫자로 지급된 이익은 부당이득이다.
실수한 직원, 감옥 갈까?… 고의 없으면 형사처벌 어려워
그렇다면 전산망을 뒤흔든 해당 직원은 형사 처벌을 받을까.
우선 형법상 업무상 과실로 재산 피해를 입힌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고의범을 처벌하며, 과실범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불을 냈을 때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처벌한다. 단순 실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만으로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남은 건 배임죄(형법 제355조)다.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직원이 빗썸을 망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거나, 누군가와 짜고 코인을 빼돌리려 한 게 아니라 단순한 입력 실수라면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
결국 이 직원은 사내 징계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질 수 있어도, 형법상 감옥에 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감원, 단순 점검 아닌 '검사' 착수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은 사고 발생 3일 만에 현장 점검을 정식 검사로 격상했다.
법적으로 점검이 가벼운 예비 조사라면, 검사는 법령 위반을 확인해 제재를 가하기 위한 강력한 감독 수단이다. 금감원이 이번 사태를 단순 해프닝이 아닌, 시스템 붕괴 수준의 중대 사고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핵심은 유령 코인이다. 빗썸은 실제 보유한 코인의 14배나 되는 물량을 전산상으로 찍어냈다. 이는 장부상 물량과 실제 보유 물량을 대조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유령 코인 문제를 해결 못 하면 시장이 제도권에 들어올 수 없다"며 강력한 입법 보완을 예고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빗썸은 과징금 부과나 임원 해임 권고, 심할 경우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