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느라 바빠서?”… 수강명령 불참했다가 전과자 낙인, 집행유예 취소 위기까지
“애 키우느라 바빠서?”… 수강명령 불참했다가 전과자 낙인, 집행유예 취소 위기까지
단순 불참이 부른 ‘범죄자’의 굴레
경고 후 재범 시 실형 가능성 커져

수강명령 불참 시 경고 후 추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집행유예 중이라면 실형 취소 위기까지 몰릴 수 있으므로 정당한 사유 소명과 사전 협의가 필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법원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과 함께 내려지는 ‘수강명령’을 가볍게 여겼다가는 더 큰 법적 낭패를 볼 수 있다. “바빠서 다음에 듣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칫하면 집행유예 취소와 실형 집행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받은 A씨는 육아와 생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수강명령에 수차례 불참했다. 보호관찰소 측은 A씨의 사정을 고려해 거주지 인근에 별도의 개별 집행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편의를 봐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A씨는 이마저도 거부하며 끝내 출석하지 않았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이수명령 불이행죄로 처벌을 받았다(대전지방법원 2019. 6. 21. 선고 2019고정455 판결).
육아·생업 핑계 안 통해… 법원, "배려했음에도 거부한 것은 명백한 위반"
수강명령 대상자가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보호관찰소장은 우선 경고 조치를 취한다. 이는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에 따른 것으로, 향후 형의 집행 등 불리한 처분을 받을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단계다.
문제는 이 경고 이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시에 불응할 때 발생한다. 범죄 유형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지지만, 대부분 추가적인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스토킹 범죄의 경우 경고 후 재차 불이행 시 벌금형과 병과된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징역형 실형과 병과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벌금형과 이수명령이 병과되었음에도 이를 어기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성범죄와 관련된 이수명령 불이행은 더욱 엄격하게 다뤄진다.
집행유예 중이라면 '실형 전환' 공포 현실화될 수도
가장 큰 쟁점은 집행유예 기간 중 수강명령을 어겼을 때다. 형법 제64조 제2항에 따르면 수강명령 등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법원이 집행유예를 취소할 수 있다. 만약 취소가 확정되면 유예되었던 실형을 고스란히 살아야 한다.
물론 법원은 집행유예 취소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대법원은 “집행유예의 취소는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수강명령의 목적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 3. 30. 선고 2008모1116 결정).
또한 대법원은 “수강명령 이행 여부가 보호관찰자 준수사항 위반 여부를 평가하는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라며 개별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모446 결정).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는 반복적 불이행과 보호관찰소의 경고 무시는 법원이 ‘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핵심 근거가 된다.
'정당한 사유' 입증이 관건… 사후 변명보다 사전 협의가 필수
그렇다면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법조계에서는 ‘정당한 사유’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의 질병, 입원, 사망, 혹은 천재지변이나 갑작스러운 사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단순히 구두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단서, 입원확인서, 사망진단서, 출장명령서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갖추어 서면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이미 불참한 뒤에 수습하기보다는, 사유가 발생한 즉시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연락해 일정 조정을 협의하는 것이 법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수강명령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법원이 내린 엄중한 명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경고를 받은 상태라면 이미 법적 ‘레드카드’ 직전임을 인지하고, 즉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거나 향후 성실 이행 계획을 제출해야 실형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