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징역 살아도 수백억 벌었는데… 이젠 '벌금 6배'로 패가망신시킨다
주가조작, 징역 살아도 수백억 벌었는데… 이젠 '벌금 6배'로 패가망신시킨다
금융위 부위원장 "징역·과징금·계좌동결·원금몰수·시장퇴출 5종 세트"
"경제적 이익 완전 박탈할 것"

1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밋업'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주가조작범과의 전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총출동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합동단)이 지난 7월 출범해 최근 '패가망신 1, 2호' 사건을 연달아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가조작범은 재범이 많다"며 "징역형을 살아도 집행유예를 받거나 2~3년만 버티면 나와서 50억, 100억을 가지기 때문에 다시 재범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드시 징역형을 살리고 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해야 자본시장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스톱 조사체계 가동…"시한 없이 척결"
이번 합동단은 주식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척결하기 위해 대통령 지시로 출범했다. 권 부위원장은 "거래소, 감독원, 금융위의 최정예 멤버 37명 정도가 모였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합동단의 핵심은 원스톱 조사 체계다. 거래소가 시세조종을 포착하고, 금감원이 조사를 진행하며, 금융위가 포렌식이나 압수수색을 하는 방식이다.
권 부위원장은 "칸막이를 제거해 주가조작 포착부터 조사, 처벌까지 한꺼번에 처리한다"며 "통상 15개월 걸리던 조사를 6~7개월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조작 처벌에는 시한이 없다"며 "주가조작이 사라질 때까지 이 조직을 가동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1호 사건, 1000억 동원한 '조직형' 시세조종
'패가망신 1호' 사건은 전형적인 시세조종이다.
권 부위원장에 따르면, 이 사건은 '전주'(자금 조달책)와 '조작범'이 결탁한 조직형 범죄였다. 종합병원, 대형학원 운영자 등 '슈퍼리치'들이 전주가 되어 주식 담보 대출 등으로 1000억 원의 자금을 동원했다. 실제 조작은 금융회사 지점장, 사모펀드 운영자 등 금융 전문가들이 맡았다.
이들은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2년에 걸쳐 서서히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가 오르자 개인 투자자들이 좋은 기업이라 판단해 추격 매수에 나섰고, 조작범들은 이들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빠져나갔다.
권 부위원장은 "1000억 원을 동원해 약 400억 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동단은 이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권 부위원장은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들 일당의 계좌 75개를 지급 정지시켰다"며 "대한민국에서 계좌를 지급 정지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동결된 계좌에는 팔지 않은 주식 200억 원을 포함해 총 400억 원대의 이익이 묶여있다.
2호 사건, NH증권 임원의 '미공개 정보' 유출
2호 사건은 자본시장의 가장 중대한 범죄 중 하나인 '미공개 정보 이용'이다.
NH투자증권의 한 임원이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공개 매수 정보를 이용했다. 공개 매수는 지분 변동을 예고하는 호재성 정보다. 이 임원은 2년간 11개 상장사의 공개 매수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가족과 동료 등 지인들에게 알려줬다.
지인들은 이 정보로 주식을 미리 샀다가, 호재성 정보가 기사화될 때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겼다. 권 부위원장은 "현재까지 부당이득은 2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임원이 이익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돌려받은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형사처벌은 물론,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된다. 또한 행정 제재를 통해 향후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도록 조치될 예정이다. 정보를 받아 이득을 챙긴 가족과 지인들 역시 공범으로 처벌 대상이다.
"원금까지 몰수"…범죄이익 완벽 환수로 패가망신
권대영 부위원장은 주가조작범의 경제적 이익을 완전히 박탈하기 위한 5가지 법적 조치를 설명했다.
우선 법원 판결을 통해 징역형은 물론, 부당이득의 4배에서 6배에 달하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판을 보완하기 위해 행정청(금융위)이 신속하게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한, 1호 사건처럼 범죄자의 계좌를 즉시 동결해 이익 실현 자체를 원천 차단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범의 고리를 끊기 위해 5년간 증권 계좌 개설을 금지하고 상장사 임원을 맡지 못하게 하는 시장 퇴출 조치도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권 부위원장은 검찰, 법원과 협력해 부당이득뿐만 아니라 범죄에 사용된 원금까지 몰수·추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