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크니 아마 다 클걸?" 여사친의 묘한 농담… 법적으로 성희롱일까
"손발 크니 아마 다 클걸?" 여사친의 묘한 농담… 법적으로 성희롱일까
중3 남학생, 신체 크기 언급한 여학생 발언에 "수치심 느꼈다" 호소
법조계 "주관적 수치심 인정되나, 법적 성희롱 성립은 어려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너는 키도 크고, 손발도 크네?"
"쟤는 아마 다 클걸? 고등학교 가면 더 크겠지."
한창 예민한 사춘기인 중학교 3학년 교실. 키가 큰 남학생 A군을 두고 친구들이 나누던 대화에 끼어든 여학생 B양의 한마디가 논란이 됐다. 웃으면서 던진 B양의 농담에 A군은 큰 수치심을 느꼈고, 이를 전해 들은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성희롱을 당한 것 아니냐"며 스레드에 고민을 토로했다.
과연 "다 크다", "더 클 것"이라는 B양의 발언은 법적으로 처벌받거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성희롱에 해당할까.
"성기 빗댄 것 아닌가" vs "성장 얘기일 뿐"
사건의 발단은 A군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친구들의 대화였다. A군의 어머니가 작성한 게시글에 따르면, 친구들이 A군의 큰 키와 손발 크기를 언급하자 B양이 "쟤는 아마 다 클 것"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A군은 당시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귀가 후 어머니에게 "수치심을 느꼈고 기분이 나빴다"고 털어놨다. 맥락상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남학생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넘어갔기에 A군은 "나만 예민한 건가"라며 혼란스러워했다.
법적으로 성희롱이 성립하려면 사회 통념상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여야 한다.
법적 성희롱 인정 어려운 3가지 이유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부적절한 언행은 맞지만, 법적 성희롱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언어의 모호성이다. B양의 발언은 명시적으로 성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 크다"는 표현은 키나 덩치 등 신체 전반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법원은 성희롱 판단 시 발언의 맥락을 중요하게 보는데, 해당 발언은 해석에 따라 일반적인 성장 관련 농담으로도 볼 여지가 충분하다.
둘째, 객관적 기준의 미충족이다.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도 성적 굴욕감을 느낄 정도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주변에 있던 다른 남학생들이 해당 발언을 문제 삼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겼다는 점은 B양의 발언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성희롱으로 인식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셋째, 일회성과 관계다. 해당 발언은 웃으면서 한 일회성 농담이었고,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처럼 상급자가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를 괴롭힌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라, 동등한 지위에 있는 같은 반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참작 사유다.
"법적 처벌 안 돼도 언어적 폭력 인식 필요"
물론 법적 성희롱이 아니라고 해서 A군이 느낀 감정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을 학교폭력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 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대상은 아니더라도, 학교 차원에서 생활 지도나 선도 대상이 될 여지는 남아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록 법적인 성희롱 요건을 엄격히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피해 학생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학교 현장에서 모호한 표현이라도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