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없다" 한마디에 13일 방치…결국 숨진 90대 아버지, 법정으로 향하는 아들
"병실 없다" 한마디에 13일 방치…결국 숨진 90대 아버지, 법정으로 향하는 아들
법무법인 도아 조민경 변호사 “방역 소홀과 전원 지연, 사망과의 연결고리 입증이 핵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90대 환자가 요양시설에 13일간 방치된 끝에 숨졌다. /셔터스톡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90대 아버지가 13일간 요양시설에 방치된 끝에 숨지자, 유족이 시설의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월, 거동이 불편해진 A씨는 한 요양시설에 입소했다. 아들 B씨는 면회를 갈 때마다 불편한 장면을 목격했다. 직원과 방문객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시설을 활보하는 모습에 불안은 커져만 갔다.
우려는 넉 달 만에 현실이 됐다. A씨는 지난 8월 13일, 가래와 고열 증세를 보였다. 시설과 같은 계열의 요양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했다.
죽음으로 이어진 13일의 방치
A씨는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한 채 다시 요양시설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13일간, A씨는 시설에 격리된 채 가래약 등만 복용하며 홀로 병마와 싸웠다. 상태가 나아질 리 없었다.
결국 8월 26일이 되어서야 처음 갔던 그 요양병원에 입원했지만, 치료 골든타임은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A씨는 입원 16일 만에 끝내 숨을 거뒀다.
아들 B씨는 시설의 허술한 감염 관리와 안일한 대처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보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시설 측은 묵묵부답이다. B씨는 “병원 치료비와 장례비는 물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정으로 가는 유족,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변호사들은 요양시설의 법적 책임을 두 가지 측면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부실한 감염 관리 책임이다. 법무법인 도아 조민경 변호사는 “평소 직원이나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면, 시설 측이 감염병예방법과 노인복지법상 기본적인 방역 및 안전 관리 의무를 위반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더 결정적인 과실은 확진 후의 대처다. 조민경 변호사는 “고령의 확진자를 병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시설로 복귀시킨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며 “즉시 다른 상급 종합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게 할 의무를 저버리고 13일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법원 역시 의료기관이 자체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다른 병원으로 옮길 의무(전원 의무)가 있다고 본다. 울산지법 판례(2006가단52265)가 대표적이다. 당시 법원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음에도 상급병원으로 옮기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병원의 과실을 인정해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결국 유족은 법정에서 시설의 과실과 아버지의 사망 사이의 연결고리를 증명해야 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방역지침 위반, 환자 상태 관리 소홀, 병원 이송 지연 등의 구체적 정황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설 CCTV, 면회기록, 의무기록, 사망진단서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