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재발 시 무조건 책임' 에어컨 누수 수리 독소 조항에 서명했다면?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곰팡이·재발 시 무조건 책임' 에어컨 누수 수리 독소 조항에 서명했다면?

2026. 09. 02 18:13 작성
송광범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kb.song@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변호사들 "매우 불리한 독소조항"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에어컨 배관 누수로 피해를 본 아랫집에 사비로 공사를 해주고 원만히 합의하려 했다. 그런데 공사 후 작성한 합의서가 문제가 됐다.


아랫집 요구로 현장에서 추가된 '기간 제한 없는 보상' 같은 문구에 남편이 덜컥 서명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문제를 파악한 A씨는 합의서의 독소조항이 법적 효력을 가질까 봐 불안에 휩싸였다.


무심코 서명한 합의서의 독소조항,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하자·곰팡이·재발 시 무한 책임' 조항


A씨는 윗집 세대다. 에어컨 배관 누수로 아랫집 B씨의 천장에 피해가 발생했다.


관리사무소에서 배관 막힘을 조치했고, A씨는 사비로 B씨 집의 복구 공사를 진행해 마무리했다.


이후 양측은 공사 완료에 따른 부제소 특약(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을 포함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B씨가 현장에서 몇 가지 문구를 추가했고, A씨의 남편은 큰 의심 없이 서명했다.


추가된 문구는 아래 3가지 조항이다.

  • 시공하자 발생 시 업체가 아닌 A씨 세대가 직접 수리 및 보상한다
  • 곰팡이도 하자에 포함한다
  • 동일 누수 재발 시 기간 제한 없이 A씨가 수리 및 보상한다



변호사들 "독소조항 맞지만…서명했다면 원칙적으로 유효"


변호사들은 해당 조항들이 A씨에게 매우 불리한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단 서명을 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내용에 따라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작성된 추가 문구는 질문자님께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서면 서울지사 김아영 변호사도 "합의서에 서명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문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며 "'하자 발생 시 가해세대가 수리 및 보상', '곰팡이', '기간 제한 없이 동일 누수 재발 시 보상'은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정진욱 변호사는 "합의서는 서명 즉시 계약으로서 구속력을 가지므로, 이미 서명이 이루어진 이상 그 내용을 임의로 무효라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무한 책임' 피하려면 합의서 어떻게 수정해야 하나?


변호사들은 향후 분쟁을 막기 위해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수정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먼저 시공 하자의 책임 주체 문제다. 법무법인(유한) 해송 박재휘 변호사는 "복구공사를 업체가 수행했다면 시공상 하자는 우선 시공업체의 하자보수 책임이 문제된다"며 "'가해세대가 무조건 수리·보상한다'고 쓰면 업체 과실까지 직접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변호사는 "시공상 하자 발생 시 시공업체에 하자보수를 요청하고 필요한 협조를 한다" 정도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곰팡이 조항도 마찬가지다. 박 변호사는 "곰팡이는 누수 외에도 환기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누수 또는 복구공사와 상당인과관계가 확인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장 위험한 '기간 제한 없는 재발 보상' 조항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수정을 권고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정덕 변호사는 "기간 제한 없는 재발 보상 조항은 사실상 무기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어서 삭제 요청이 옳다"며 "하자담보 기간을 1년 등으로 특정하고, 원인이 이번 누수로 확인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 역시 "기간을 특정(예: 공사 완료일로부터 1년)하고 동일한 에어컨 배관 원인에 한정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여 수정하는 것이 타당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 어떻게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