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쁜 애" 담임 학대에 투신한 중학생, 1억 4천만 원 배상 청구 기각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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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쁜 애" 담임 학대에 투신한 중학생, 1억 4천만 원 배상 청구 기각된 진짜 이유

2026. 02. 24 10:01 작성2026. 02. 24 11: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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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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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유죄 확정에도 '인과관계'와 '소멸시효' 문턱 넘지 못해

아동학대 피해 학생의 투신 사건에 대해 법원은 가해 행위와의 상당인과관계 부족과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1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중학교 1학년 학급 반장이었던 A, 그리고 담임 교사인 B가 있다. 2017년 9월, A와 친구들은 평소 다른 친구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던 한 같은 반 학생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해당 학생의 부모는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학교에 거세게 항의했다. A와 친구들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담임 교사 B는 이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이때부터 담임 교사 B의 가혹한 정서적 학대가 시작됐다. B는 A에게 "너희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다. 소풍 가서 놀 자격도 없고 피해자처럼 당해봐야 한다", "너는 나쁜 애고 원래부터 그랬다"며 취조하듯 몰아세웠다.


A가 거듭 억울함을 호소하자 담임 교사는 "말대꾸하지 마라. 싸가지가 없다", "무조건 사과하고 인정하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학급 심부름을 하는 A에게 "시킨 것도 제대로 못 하냐. 정말 형편없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모욕과 질책을 가했다.


이 일로 인해 A는 잦은 조퇴와 결석을 하는 등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해를 넘겨 2학년이 된 2018년 6월, 결국 학교 건물에서 투신해 영구 장애를 입는 참담한 비극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후 담임 교사 B는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1심(청주지방법원 2019고단809)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고, 항소심(청주지방법원 2020노1109)에서는 일부 사실오인 주장이 받아들여져 원심이 파기되고 벌금 1500만 원이 선고되었으며, 이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형사 유죄에도 가로막힌 민사 재판 엇갈린 결과의 이유

가해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 A와 A의 부모는 담임 교사 B와 소속 지자체를 상대로 총 1억 4000만 원 규모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가해자의 범죄 행위가 명백히 입증되었으니 당연히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청주지방법원(2022가단60595)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A와 그 가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가해 교사 B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명백한 아동학대 사건임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면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법리적 쟁점이 있었다.


인과관계의 단절 7개월의 공백과 엇갈린 예견 가능성

첫 번째 이유는 투신 행위와 학대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A가 학대 이전부터 교우 및 부모와의 관계로 이미 정서적 불안정 상태였던 점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불법행위가 있었던 2017년 11월 초 이후의 정황이 결정적이었다. 교사 B는 사건 이후 A에게 과학반 추천서를 써주거나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선처 의견을 내고, 생활기록부에 긍정적인 평가를 기재하는 등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또한 투신 전까지 추가적인 언어폭력이나 괴롭힘은 없었다. 학대 행위가 끝난 시점과 투신 시점 사이에 약 7개월이라는 긴 공백이 있었고, 학년이 바뀌어 학습 환경이 달라진 상태에서 과거의 학대로 인해 정신적 충격이 악화되었다는 의학적 소견도 없었다. 따라서 교사 B가 7개월 뒤의 투신을 미리 예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3년의 단기소멸시효 완성

투신에 대한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지속적인 모욕과 질책 등 학대 행위 자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소멸시효'라는 굳건한 법적 장벽에 가로막혔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완성되어 소멸한다. 재판부는 교사 B가 형사 기소된 2019년 5월경에는 이미 A와 그 가족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명확히 인지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민사소송이 제기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훌쩍 넘은 2022년 7월이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뼈아픈 현실처럼, 법으로 정해진 권리 행사 기간을 넘기면서 학대 사실 자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마저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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