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로 집 앞에 찾아온 성추행 가해자의 요구 "사과 좀 받아줘"
막무가내로 집 앞에 찾아온 성추행 가해자의 요구 "사과 좀 받아줘"
강제추행 신고에 "사과하겠다"며 집 앞으로 찾아온 가해자
판례를 보니 "복도도 주거 공간에 해당"⋯변호사들 "주거침입죄 된다"

얼마 전 자신을 추행한 가해자가 "사과를 하겠다"며 찾아온 사실을 알게 된 A씨.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B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포를 느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띵동.'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A씨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단순히 소리 때문에 놀란 게 아니라, 좀 전에 받았던 문자 때문이었다.
"집 앞에 있어" "그날 일 사과하러 왔어. 받아줘."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 그는 얼마 전 자신을 추행한 B씨다. A씨는 아직 그날 일을 잊을 수 없다. A씨는 범죄를 당한 뒤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이를 알게 된 B씨는 사과를 받아달라며 A씨가 살고 있는 곳까지 찾아왔다.
A씨가 사는 건물은 공동현관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는 A씨는 공동현관문을 통과해 집 현관문 바로 앞에 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B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포를 느낀 A씨.
오늘 일로 B씨를 고발할 수 있는지, 그리고 2차 가해로도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주거침입죄는 다른 사람의 주거(住居⋅집이나 거주지)에 허락 없이 침입하는 경우 성립한다. 그런데 B씨처럼 A씨의 집 안에 들어온 게 아니라, 문 앞 복도에 서 있어도 주거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
주민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계단 등도 주거침입의 '주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09년 대법원도 '건물 중 공용으로 사용되는 계단과 복도'에 침입한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9도3452)
당시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에서 주거란 단순히 가옥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원 등 위요지(圍繞地⋅어떤 토지를 둘러싸는 주위의 토지)를 포함하고 계단과 복도 등은 주거로 사용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곳이라고 판시했다.
실제로 2019년 한 남성이 집 안으로 들어가던 여성을 뒤쫓아 침입을 시도했던 일명 '서울 신림동 원룸 강간미수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피고인도 위 사례의 B씨 처럼 공동현관문을 지나 집 현관문 앞까지 들어왔었다.
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들은 B씨의 행동이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률사무소 신성 인천의 권순명 변호사도 "주거침입죄가 상대방의 집 안에 신체 전부가 들어가야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조심스러운 의견을 보인 변호사도 있다. 법무법인 한경의 박도민 변호사는 "(공동 현관을 통과한 경위 및) 비밀번호 인지 여부, 방문 목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B씨 행동을 강제추행에 따른 2차 가해로 문제 삼을 수 있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B씨의 처벌 수위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