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우리 가족 짓밟은 '도끼 살인마', 올해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15년 전 우리 가족 짓밟은 '도끼 살인마', 올해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둔기로 온 가족 '피바다' 만든 범인, 만기출소 코앞
피해자 보호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

둔기로 온 가족을 내려치고 10대 소녀를 성폭행하려 했던 ‘부산 도끼 사건’ 주범. 징역 15년형을 마친 그는 곧 출소한다. /셔터스톡
징역 15년. 누군가에게는 범죄에 대한 단죄의 숫자지만, 피해자에게는 공포의 초침이 다시 돌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15년 전, 한 가정집에 침입해 온 가족을 둔기로 내리치고 10대 소녀를 성폭행하려 했던 '부산 도끼 사건'의 주범 조모씨가 올 하반기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다.
11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따르면 2010년 7월 30일 오후, 부산의 한 평범한 가정집에 지옥문이 열렸다. 상습적인 폭력을 견디다 못해 도망친 동거녀를 찾는다며 조씨가 들이닥쳤다. 그의 손에는 둔기와 청테이프가 들려 있었다.
집에는 동거녀의 친오빠가 아닌, 14살 여동생 A양과 어머니뿐이었다. 조씨는 이들을 청테이프로 결박하고 동거녀의 행방을 물었다.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그는 무자비하게 둔기를 휘둘렀다. 심지어 A양을 작은 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까지 시도했다.
이웃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아버지와 오빠에게도 조씨의 둔기는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는 두개골이 함몰되고 코가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중상을 입었고, 온 가족이 피투성이가 됐다. 집 안은 말 그대로 피바다였다. 전과 20범 이상이었던 조씨는 가족들의 저항에 알몸으로 도주했다.
이례적인 항소심 증형…그래도 15년
조씨는 살인미수,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0년을 선고했지만,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이례적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둔기와 청테이프를 미리 준비하는 등 범행이 계획적이고, 수법이 잔인해 가족에게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줬다"며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매우 드문 증형 판결로, 이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범인의 잔혹함만큼이나 가족들을 두 번 울린 것은 경찰의 미흡한 대응이었다. 가족들은 "최초 신고 후 경찰 도착까지 30분이 걸렸고, 경찰이 성폭행 미수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경찰은 뒤늦게 사과하며 혐의를 바로잡았다.
또 다른 비극, '신정동 살인' 범인은 무기징역
비슷한 시기,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옥탑방에서는 더 황당한 이유로 한 가정이 파탄 났다. 30대 남성 윤모씨가 일면식도 없는 4인 가족의 집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고, 아빠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버지는 과다출혈로 끝내 숨졌다. 범행 이유는 단 하나, "옥탑방에서 들려오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자신의 비참한 처지와 비교돼 분노가 치밀었다"는 것이었다.
출소 3개월 만에 재범을 저지른 윤씨에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가정을 파탄 냈다"며 "무기한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불안에 떠는 피해자들
두 사건의 범인은 각각 15년형과 무기징역이라는 다른 결말을 맞았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흘러, 조씨는 이제 사회로 돌아온다.
피해자들은 출소 시점이 다가올수록 극심한 두려움과 압박감에 시달린다. 로엘 법무법인 김동현 변호사는 방송에서 "가해자의 출소 소식은 겨우 찾은 평온을 송두리째 흔드는 충격"이라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신변 보호 조치 등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가 있지만, 피해자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 출소 시 피해자에게 신상 및 동향 정보를 더 상세히 제공하고, 외국처럼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보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범인의 형기는 끝나가지만, 피해자의 고통에는 만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