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명 식자재 어쩌나" 울릉도 식당 울린 노쇼⋯형사처벌 안 돼도 배상받을 길은 있다
"230명 식자재 어쩌나" 울릉도 식당 울린 노쇼⋯형사처벌 안 돼도 배상받을 길은 있다
단체 노쇼에 다른 손님 100명도 포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30명분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울릉도의 한 식당 업주는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통보에 끝내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말 230여 명의 고교 방문단 예약을 받은 이 식당은 인원에 맞춰 식자재를 대량 확보하고 다른 손님 100여 명의 예약까지 거부했다.
하지만 예약일이 임박해 확인 전화를 걸고 나서야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았다. 여행사 측은 "지역 여행사를 통해 사전에 취소했다"고 맞서고 있지만, 폐기해야 할 식자재를 떠안은 소상공인의 피해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사기죄 등 형사 처벌은 어려워
최근 3년 사이 외식업 점포 10곳 중 6곳 이상이 겪었다는 '노쇼(No-show)' 사태. 울릉도 식당 업주 역시 막대한 피해를 보았지만, 고교 방문단 측을 상대로 형사 책임을 묻기는 매우 어렵다. 단순한 예약 취소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법원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처음부터 예약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 즉 기망행위가 입증되어야 한다.
이번 사안의 경우, 교사와 여행사 관계자가 울릉도 사전 답사까지 거치며 예약을 진행했기에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법원 역시 단순한 계약 불이행과 사기죄의 기망행위는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 예약 취소는 위계나 위력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방해죄를 묻기도 어렵다.
입증만 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행정적 조치도 병행해야
비록 형사 처벌은 피하더라도, 민사적·행정적 책임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울릉도 식당 업주에게 가장 실효적인 구제 수단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다.
예약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면 식당 업주는 미리 준비한 식자재 비용은 물론, 다른 예약 100여 명을 거부함으로써 발생한 기회비용(일실이익)까지 청구할 수 있다.
단, 다른 예약을 실제로 거부했다는 사실과 정확한 실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
책임 대상은 식당과 직접 예약 계약을 체결한 여행사와 실제 취소 통보를 한 울릉 지역 여행사가 될 수 있다.
만약 공립학교 교사가 학교 업무 수행 중 예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사용자 책임이나 국가배상법을 근거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행정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식당 측은 공립학교 교사의 부적절한 예약 취소 과정에 대해 관할 교육청에 감사 청구 또는 민원을 제기하여 행정적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약 기반 고급 식당이나 단체 예약 취소 시 총 이용금액의 40% 이하까지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해 두었다.
다만 이 분쟁해결기준은 강제력 없는 권고 기준에 불과하며, 사업자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사전에 위약금 기준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고지했을 때만 적용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