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래도 없던 친척이 찾아와, 아버지 자필 문서 내밀며 부동산 넘겨달라고 한다면?
왕래도 없던 친척이 찾아와, 아버지 자필 문서 내밀며 부동산 넘겨달라고 한다면?
"내 땅을 넘긴다" 15년 전 가족 몰래 아버지가 했던 약속⋯사후에야 알게 돼
약속의 진위 여부를 떠나, 증여 계약의 소멸시효는 10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찾아온 먼 친척이 "너희 아버지가 내게 이 땅을 주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무려 15년 전 약속된 증여 계약서도 내밀었다. 오래 전 이 약속, 남은 가족들이 꼭 지켜야만 하는 걸까?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마음을 채 추스리기도 전인데, A씨 가족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왕래도 않던 먼 친척 B씨가 장례 이후 찾아와서 "너희 아버지가 내게 이 땅을 주기로 했다"고 주장한 것.
심지어 아버지의 자필로 적힌 문서를 당당히 A씨 가족에게 들이밀었다. 15년 전, 부동산 중 일부를 B씨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 가족들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더욱이 친척 B씨는 지난 15년 간 아버지의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관리했던 적도 없었다. 관리는 오히려 아들인 자신이 해왔다.
그렇지만 아버지 단독 명의의 땅인 데다가, 자필로 쓰인 문서까지 보고 나니 마음이 불안해진 A씨와 가족들. 정말 15년 전 아버지가 B씨에게 했던 약속을, 가족들이 지켜야만 하는 것일까?
이 사연을 들은 변호사들은 "A씨 가족이 아버지 땅을 넘겨주지 않아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약속을 한 당사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거나, B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변호사들은 "해당 약속을 지켜야 하는 시한이 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한병진 법률사무소의 한병진 변호사는 "증여 계약에 따른 부동산 등기청구권도 민법상 채권에 해당한다"며 "(해당 문서가 사실이라면) 원래 아버지가 약속한 대로 B씨에게 땅을 넘겨줬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민법상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라며 "아버지가 B씨에게 땅을 넘겨주기로 한 때로부터 이미 15년이 경과한 만큼, 그 채권은 소멸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 민법은 10년 이상 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 권리가 사라진다고 본다(제162조 제1항). 그렇기 때문에 최초 약속으로부터 15년 뒤에야 채권을 행사한 B씨의 권리는 효력이 사라진 것으로 본다는 이야기다. 가압류, 가처분 등 채권의 시효를 중간에 멈추기 위한 노력도 없었다면 B씨의 소유권 주장은 의미 없는 일이다.
변호사 김상배 법률사무소의 김상배 변호사 역시 같은 답을 내놨다. 김 변호사는 "A씨 아버지는 B씨에게 15년 전에 증여 계약을 한 상황"이라며 "B씨가 땅을 넘겨 받으려면, 10년 이내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한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로선 A씨 가족들이 스스로 권리를 포기해야만, B씨가 땅을 증여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