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110그루 소유권 분쟁…소송 승패는 '나무 이름표'에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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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110그루 소유권 분쟁…소송 승패는 '나무 이름표'에 갈렸다

2021. 04. 06 14:28 작성2021. 04. 07 22: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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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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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소유권 두고 갈등⋯결국 수목인도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이 중점적으로 본 것은 '명인방법(明認方法)'

큰 키와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나무 110그루가 소송에 휘말렸다. 원고와 피고 모두 "나무들은 내 소유"라고 치열하게 주장했고, 결국 수목인도 소송이 시작됐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나무들이 소송에 휘말렸다. 소나무, 메타세쿼이아, 단풍나무, 향나무 등 하나같이 큰 키와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나무들이었다.


이 나무들이 송사에 휘말린 건 '소유권' 때문이었다. 원고와 피고 모두 "나무들은 내 소유"라고 치열하게 주장했고, 결국 수목인도 소송이 시작됐다. 소송까지 간 이유, 나무들의 몸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원고가 따져본 나무의 시가는 약 2억원(약 110그루)에 달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원고 패소였다. "나무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 나온 것. 피고 측에서 사건을 승리로 이끈 법무법인(유) 에이스의 이종걸 변호사는 "나무에 명인방법(明認方法)이 갖춰졌는지 문제 됐던 사안"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나무에 이름표를 달지 않아 승패가 갈렸다는 말이었다.


사람도 아닌 나무에 이름표라니. 그게 왜 소송에서 중요했던 걸까. 나무의 소유권에 대해 알아봤다.


워터파크 문 닫으면서 위기 맞은 110그루의 나무

명인방법의 예시. /게티이미지코리아
명인방법의 예시.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사건은 한 워터파크가 문을 닫으며 발생했다. 지난 2016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워터파크의 땅은 경매에 넘겨졌고, 낙찰을 통해 새로운 주인들을 만났다. 그 땅에는 약 110그루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때 나무 주인이라는 A씨가 갑자기 나타났다. A씨는 "땅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 워터파크 측에 돈을 빌려주고 나무를 담보로 잡았다"며 "워터파크가 돈을 갚지 않았으니 나무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땅과 함께 가져간 나무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나무들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로 '나무에 건 푯말'을 제시했다. 실제로 A씨는 소송에서 "하얀색 종이에 원고(A씨)의 이름, 수목의 번호와 종류, 심은 날짜 등을 적어서 이 사건 수목을 토지와 분리하여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대로라면 나무들은 A씨 소유로 판결될 가능성이 높았다. 명인방법을 갖춘 나무는 땅 소유권과 별도로 소유권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두 가지 방법으로 나무의 소유권을 확인했다

실제 법원도 "나무에 건 팻말이 있는지" 여부를 포함해 두 가지 방법으로 땅과 나무의 주인이 분리돼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했다.


① 토지와 나무의 주인 분리됐나⋯토지 평가서 확인

'나무에 건 푯말'을 확인하기 전, 법원은 감정평가 서류를 검토했다. 토지의 가치를 평가할 때, 나무의 가치를 별도로 산정해 기록에 남겨뒀다면, 땅의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해서 나무의 소유권까지 넘어갔다고 볼 여지가 적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업체의 평가서에 나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오로지 토지 평가액만 적혀 있었다. 토지와 나무가 '한 몸'처럼 평가받았다는 의미였다. 경매 전, 명인방법을 했다면 그렇게 기록돼있을 가능성은 낮았다.


② 경매 전에 명인방법 했나⋯감정업체 확인

이제 남은 건 명인방법의 정황을 찾는 것. 실제로 나무 일부에 A씨 명의로 된 종이 등의 표찰이 있긴 했다. 이 표찰이 경매 전부터 있었다는 점만 확인되면, A씨는 승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감정업체는 "(경매 절차를 위해) 토지를 감정할 당시, 수목에 관한 아무런 명인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매에 들어가기 전에 명인방법을 해뒀다"는 A씨 주장에 배치되는 증언이었다.


이에 대해 이종걸 변호사는 "A씨가 경매가 끝난 다음에 붙였다고 판단을 했다"고 했다. A씨가 경매 후, 부랴부랴 명인방법을 했다는 정황이 의심됐다는 대목이었다.


표찰에 적힌 날짜도 이상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7월 5일에 나무의 소유권(양도담보권)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표찰의 날짜(2004.8, 2013.3.14)는 소유권이 생기기 전으로, 시점이 달랐다.


날짜가 없는 일부 표찰도 수목인도 소송 직전 부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1심·2심 패소⋯법원 "명인방법, 제3자가 명백히 인식할 정도 돼야"

해당 소송을 맡아 땅 주인의 나무 소유권을 지킨 법무법인(유)에이스의 이종걸 변호사. /로톡DB
해당 소송을 맡아 땅 주인의 나무 소유권을 지킨 법무법인(유)에이스의 이종걸 변호사. /로톡DB

1심을 맡은 창원지법 재판부는 "이 사건 수목은 명인방법을 갖추지 못한 수목으로 토지의 일부로 간주돼 토지와 함께 매각됐다"며 "원고가 이 사건 수목의 소유자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패소한 A씨. 항소했지만 2심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종걸 변호사는 "명인방법은 수목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외부의 제3자에게 명백하게 인식시켜야 한다"며 "이러한 점은 부동산 현황조사보고서나 감정평가서 등에 의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명인방법은 제3자 입장에서도 정확히 알아차릴 정도여야 인정받는다. 감정평가서 등을 통해 토지와 나무가 분리돼 있다는 증거가 있어도 된다. 그래야 나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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