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사 성희롱에 퇴사 '결정적 증거' 없는데 고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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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사 성희롱에 퇴사 '결정적 증거' 없는데 고소 가능할까?

2025. 09. 25 14:5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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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하세요' 상사의 성희롱에 녹음기 켠 남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제발 그만 좀 해달라”고 애원하며 녹음 버튼을 눌러야 했던 한 남성이 결국 사직서를 던졌다.


입사 후 1년 가까이 이어진 여성 직속 상사의 상습적인 성희롱과 모욕을 견디다 못한 그는 이제 법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작년 10월 입사한 A씨에게 직장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직속 상사인 여성 B씨는 A씨를 향해 시도 때도 없이 음담패설과 막말을 쏟아냈다. 회식 자리에선 여러 동료 앞에서 그의 성 정체성을 조롱하며 모욕감을 줬다. A씨의 악몽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결국 한계에 다다른 A씨는 회사에 B씨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그는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계속 일할 자신이 없었다. 회사와 협의 끝에 휴직 후 퇴사하는 길을 택했고, 사직서에는 “직속 상사의 지속적 성희롱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더 이상 근무가 어렵다”고 명시했다.


'결정적 증거' 없는데, 처벌 가능할까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증거였다.


상사의 성희롱 발언이나 상황을 직접 담은 녹취 파일 같은 ‘결정적 증거’는 없다.


그가 가진 것은 피해 당일 친구에게 억울함을 토로했던 카카오톡 대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짧은 녹음, 그리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료들의 증언뿐이다.


그는 이런 ‘간접 증거’만으로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지 불안해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가진 증거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창경 김경수 변호사는 “피해 당일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는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중요한 증거”라며 “‘하지 말아달라’는 녹음 파일과 동료의 증언은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영웅 박진우 변호사 역시 “사건 직후 친구와 나눈 카톡은 중요한 ‘정황 증거’이고, 거부 의사가 담긴 녹음과 동료의 ‘목격자 진술’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진실을 가리킨다”며 A씨가 가진 증거들이 충분히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성희롱은 ‘죄’가 아니다? 어떤 죄로 처벌하나

변호사들은 ‘성희롱’ 그 자체로는 형사 고소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성희롱은 형법상 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이 법은 가해자 처벌보다는 사업주에게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성희롱은 곧바로 형사처벌 조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도 “가해자의 발언이나 행위가 다른 형사 범죄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고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죄명은 바로 ‘모욕죄’다. 여러 사람이 있는 회식 자리에서 A씨의 성 정체성을 조롱한 행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 해당해 형법상 모욕죄(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다만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모욕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이므로,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B씨의 발언에 구체적인 사실(허위 사실 포함)이 포함됐다면 명예훼손죄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전화나 문자를 통해 성적 발언을 했다면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형사 고소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절차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가해자는 물론, 회사가 성희롱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회사에도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사직서에 퇴사 사유를 명확히 밝힌 것은 향후 민사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퇴사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자진퇴사’로 인정받아 실업급여를 수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론적으로 A씨의 법적 싸움은 ‘불가능’하지 않다.


비록 성희롱 행위 자체를 담은 녹음은 없지만, 그의 곁에는 그의 진술을 뒷받침할 여러 조각의 증거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모욕죄 등으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동시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피해 회복을 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터에서 인격과 존엄을 짓밟힌 한 직장인의 용기 있는 외침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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