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당일 ‘잠수’ 탄 업체, 사기죄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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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당일 ‘잠수’ 탄 업체, 사기죄 처벌 가능할까?

2026. 03. 16 15:18 작성2026. 03. 17 08:21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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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금 먹튀한 이사업체

변호사 8인이 밝힌 현실적인 피해 구제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사 당일 아침, 약속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은 이사업체.


뒤늦게 닿은 통화에서는 기다리라는 말뿐, 결국 ‘노쇼’를 당했다.


예약금 30만 원은 물론, 급하게 다른 업체를 구하느라 쓴 추가 비용과 허공에 날린 연차까지.


이 모든 피해, 사기죄로 처벌하고 완벽히 보상받을 수 있을까?


"출발도 안 했어요" 이삿날 아침의 악몽

악몽 같은 이삿날은 예약일 9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월 14일, A씨는 한 이사업체에 문자로 견적을 받고 예약금 30만 원을 부쳤다.


그러나 약속 4일 전인 19일부터 업체와 연락이 끊겼다.


이사 당일인 23일 오전 9시, 약속 시간이 되었지만 이삿짐 트럭은 보이지 않았다.


30분 뒤 겨우 연결된 통화에서 업체는 "출발도 하지 않았다"며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업체가 다른 곳을 알아봐 주겠다며 넘긴 연락처도 소용없었다.


결국 A씨는 직접 다른 업체를 수배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사를 마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예약금 30만 원을 떼였고, 당일 급하게 업체를 구하며 발생한 추가 요금, 그리고 불필요하게 사용해야 했던 오후 반차까지 금전적, 시간적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됐다.



사기죄 vs 계약불이행, 처벌의 경계선

A씨를 기만한 업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다수의 변호사는 형사 처벌의 문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바른길 안준표 변호사는 "형사 사기에서는 '처음부터 이사를 해 줄 의사·능력이 없으면서 돈을 받았는지'가 핵심이고 그 입증 책임은 고소인에게 있어, 피고소인이 차량·인력 확보 실패 같은 사후 사정으로 포장하면 불송치될 위험도 현실적으로 존재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계약 불이행은 민사 문제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다만 예약금 환불을 계속 회피하면서 잠적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동일한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사기 성립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라고 덧붙였다.


13년 경찰 경력의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 역시 "형사 고소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중간 정도로 보이며, 피고소인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예약금을 받아 챙긴 전력이 있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라며 상습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꼽았다.


예약금, 추가 비용, 연차 손실… 어디까지 보상받나

형사 처벌과 별개로, A씨가 입은 금전적 손해는 민사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길이 열려 있다.


변호사들은 청구 가능한 손해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진혁 변호사는 "결국 손해액은 당일 예약으로 인해 당초 약정한 70만 원을 초과해 추가로 지출한 금액과 기지급한 예약금 반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분석했다.


돌려받지 못한 예약금 30만 원은 기본이고, 원래 계약했던 70만 원을 초과해 발생한 추가 비용까지 청구 대상이라는 의미다.


특히 A씨가 확보한 통화 녹음 파일은 소송에서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YH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피고소인이 추가 비용 손해배상에 동의한 통화 녹취는 매우 유리한 증거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업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한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반면, 허공에 날린 오후 반차에 대한 손해를 인정받는 것은 까다롭다.


안준표 변호사는 "오전 반차 외에 불필요하게 사용한 오후 반차는 손해로 주장 자체는 가능하나, 법원·수사기관은 통상 이를 금전 손해로 엄격히 봅니다. '실제 임금 공제'나 '유급/무급 여부'가 객관적 자료로 특정되지 않으면 인정이 쉽지 않으므로, 취업규칙·급여명세서·연차 차감 내역 등으로 현실 손해가 입증되는 범위에서만 기대치를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해결책은?

그렇다면 A씨가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지급명령 신청'이나 '소액사건심판'을 적극 활용하라고 입을 모았다.


강민기 변호사는 '지급명령 신청'을 추천하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비용도 저렴하고 절차도 간단합니다. 상대방이 이의하지 않으면 확정돼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도 유효하다.


최성현 변호사는 "소액 사건이므로 소액심판 절차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민사 청구가 가능하며,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가장 효과적입니다"라고 말했다.


형사 고소로 상대방을 압박하며 민사상 합의나 배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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