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다" 각서 쓰고 또 바람…'괘씸죄' 추가된 남편, 각서가 발목 잡는다
"잘못했다" 각서 쓰고 또 바람…'괘씸죄' 추가된 남편, 각서가 발목 잡는다
유책배우자 입증에 결정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와 B씨는 10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고교 선후배 사이였다. 연상연하 커플로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지만, 남편 B씨의 외도는 신혼 초부터 시작됐다.
A씨는 "이번이 마지막이겠지"라는 자기 최면을 걸며 B씨를 용서하고 또 용서했다. 삼남매를 품에 안고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 애썼지만, 반복되는 배신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졌다.
결국 A씨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B씨에게 각서를 요구했다. B씨는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한다"며 각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B씨는 회사 여직원과 새로운 불륜에 빠졌고, 이를 알게 된 A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모든 재산이 내 명의니 네가 주장할 권리는 한 푼도 없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2년 지난 외도는 이혼 사유 안 돼"...하지만
정두리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해당 외도를 이혼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의 경우는 다르다. 정 변호사는 "13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부로서의 정조의무를 지키지 않은 상습적 외도행위가 쌓여 혼인관계가 파탄났다면, 이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사유'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2년 내 외도뿐 아니라 과거의 외도행위도 함께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각서, 100% 이행은 어렵지만 '결정적 증거'
B씨가 작성한 각서의 법적 효력은 어떨까. 정 변호사는 "각서 내용대로 모든 재산을 넘기도록 법원이 강제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재산분할과 위자료 판단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미래 이혼을 조건으로 한 재산분할 협의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각서는 B씨가 과거부터 반복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는 이혼 소송에서 B씨가 '유책배우자'임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각서를 작성하고도 다시 부정행위를 저지른 점은 "매우 악의적인 행위"로 평가돼 위자료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재산 다 내 명의" 주장은 무의미
B씨는 모든 재산이 자기 명의라며 A씨에게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재산분할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라고 정 변호사는 일축했다. 재산분할에서 명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법원은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재산 형성에 대한 명확한 기여로 평가한다. 판례는 "가사노동이 없었다면 다른 배우자가 사회활동에 전념하여 재산을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했거나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됐을 것"이라는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
A씨의 경우 13년간 삼남매 육아를 도맡았고, B씨가 유책배우자라는 점이 기여도 산정에 유리하게 반영될 전망이다. 정 변호사는 "혼인 기간, 유책배우자 여부, 자녀 양육과 가사 분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A씨가 정당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