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내연녀 남편 몰래 집에 들어가 성관계 가졌더라도, 주거침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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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내연녀 남편 몰래 집에 들어가 성관계 가졌더라도, 주거침입은 아니다"

2021. 09. 09 16:10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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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거주자 중 한쪽만 허락하고, 다른 거주자는 출입 허락하지 않았다면 '유죄'

약 40년간 유지됐던 '주거침입' 대법원 판례⋯2021년 대법원이 뒤집었다

"한쪽의 승낙을 받아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평온 깨졌다고 보기 어려워 주거침입 무죄"

약 40년간 유지된 '주거침입죄' 판례가 뒤집혔다. 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동 거주자 중 한 명에게서만 출입을 승낙받았던 피고인에 대해 주거침입죄 무죄를 선언하면서다. 이번 판결로 주거침입죄 문제를 둘러싼 재판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대법원이 약 40년간 공고히 지켜왔던 '주거침입죄' 판례를 뒤집었다.


공동 거주자 중 일부의 승낙만 받고 출입한 경우,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물리적인 침입도 아니었는데 집에 없던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받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실상 폐지된 간통죄의 '우회 처벌' 기능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였다.


그런데 2021년의 대법원이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주거침입죄를 둘러싼 형사 사건들을 물론, 이를 근거로 다퉈왔던 많은 민사 손해배상 재판에서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1984년부터 '유죄'였던 주거침입죄 법리⋯하급심에서부터 변화 조짐 엿보여

내연녀의 남편이 집을 비운 틈을 타, 그 집을 찾아갔던 피고인 A씨. 내연녀의 초대를 받았던 A씨는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서 세 차례나 불륜을 저질렀다. 그러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내연녀의 남편으로부터 주거침입죄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었다.


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앞서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가 부재중이었던 내연녀 남편의 추정적인 의사에 반해 집 안에 들어간 거라고 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존재했지만, 대법관 9명이 판례 변경에 힘을 실으면서 A씨는 처벌을 면하게 됐다.


이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1984년부터 이어져 왔던 대법원의 태도를 그대로 인용해, A씨에게 주거침입죄 '유죄'를 선고했었다. "공동생활을 하는 모든 구성원이 주거 안에서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주거권자 한 사람에게서만 승낙을 받고, 다른 거주자 의사에는 직·간접으로 반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과거의 입장을 지킨 것이다. 그에겐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그를 '무죄'로 풀어줬다. 울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관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주거권자(내연녀) 한쪽의 승낙을 받았고, 물리적인 침입이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집에 없었던 사람(내연녀의 남편)의 주거의 평온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1984년 이후, 단 한 번도 변함이 없었던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판결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지난 6월 공개 변론 열며 각계 의견 경청⋯3개월 만에 큰 결단

울산지법이 쏘아 올린 공은 대법원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관하에 공개 변론까지 진행됐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과 검찰, 변호사, 형사법학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랫동안 유지돼 온 기존 판례 법리를 변경할 경우, 주거침입죄의 법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일상적인 생활 관계와의 밀접성과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하여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 역시, 이번 판례 변경이 불러올 큰 변화에 대해 인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 측은 "헌법상 주거의 자유는 공동 거주자 전원에게 보장돼야 한다"며 "어느 한 사람이 출입을 승낙할 자유보다 함께 거주하는 개개인의 주거 평온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러한 검찰의 주장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현행 주거침입죄 관련 판례의 태도는,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보다 부재중인 사람의 권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양상을 띤다"고 맞받았다. 이어 "주거침입죄의 보호 법익은 사생활을 영위하는 장소적 권리를 지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렇게 팽팽한 의견이 오갔던 공개 변론이 있었던지 3개월 만에, 대법원은 시대적 변화에 따르는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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