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를 받아도⋯안심밴드가 결국 "위헌"일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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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를 받아도⋯안심밴드가 결국 "위헌"일 수밖에 없는 이유

2020. 04. 13 19:17 작성2020. 04. 17 11:27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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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검토 끝에 '안심밴드' 결론⋯정부 "위반자에 한해 동의받아 채우겠다"

변호사들 "여전히 위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완전한 자발성' 아니기 때문

'강제' 대신 '동의'를 택한 안심밴드. 이로써 인권침해 문제도 없어진 걸까. 사안을 깊이 살펴본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동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위헌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코로나19' 손목밴드(안심밴드)가 결국 제한적으로 도입된다. 정부는 '강제로 채울 수는 없으니 본인의 동의를 받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1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며 제한적 도입을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실제 검토 기간 내내 시민단체들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핵심 반대 논리였다.


결국, 정부가 '강제' 대신 '동의'를 택했으니, 인권침해 문제도 없어진 걸까. 사안을 깊이 살펴본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동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위헌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왜 그런지 이유를 정리했다.


안심밴드가 '합헌'이 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세 가지

'변호사 김지이 법률사무소'의 김지이 변호사. /로톡DB
'변호사 노경희 법률사무소'의 김지이 변호사. /로톡DB

'변호사 노경희 법률사무소'의 김지이 변호사는 우선 "이번 손목밴드 방안은 국민의 기본권(인격권 등)을 지극히 침해하는 조치"라며 "어떠한 법적 근거 없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방침대로 동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합헌화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동의한다는 것 자체가 시민이 스스로 기본권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아주 엄격한 기준을 넘겨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근거였다.


김 변호사는 '손목밴드 정책'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①포기하겠다고 한 기본권 자체가 포기할 수 있는 기본권이어야 하고, ②포기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밝혀야 하며, ③기본권의 주체인 시민이 완전히 자발적으로 포기해야 한다.


하나라도 인정되지 않으면 "위헌적이고, 위법한 조치"라고 했다.


① 포기할 수 있는 기본권

우리 헌법은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포기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의무교육이나 선거권 등이 그 예다. 이 같은 권리는 개인이 포기한다고 밝혀도, 포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지이 변호사는 "안심밴드가 포기할 수 없는 본질적인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포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방안은 예외적으로 해당 요건은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안은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관련한 사안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 기본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안심밴드 부착 기간이 2주 정도로 짧고, 이미 격리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추가로 부착하기 때문에 기본권의 일부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분석대로라면 첫 번째 고비는 넘어갈 수 있다.


② 기본권 포기 의사

'법무법인 담박'의 서정현 변호사. /법무법인 담박 제공
'법무법인 담박'의 서정현 변호사. /법무법인 담박 제공

두 번째 관문이다. 포기 의사를 본인이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데, 변호사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포기 의사를 나타냈다고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담박의 서정현 변호사는 "단순히 '밴드 부착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예외적으로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볼 가능성이 있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해당 자가격리자가 안심밴드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하고, 심사숙고할 시간 역시 주어져야 하며, 서면으로 직접 동의해야 할 뿐 아니라, 추후 언제든지 의사를 철회하면 밴드를 풀어줄 수 있어야 하는 점 등이 조건"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펴낸 '기본권행사포기로서 기본권포기에 관한 고찰' 논문에서도 같은 입장이 확인된다. 논문을 쓴 서울시립대학교 로스쿨 장영철 교수는 "(이때) 명백한 포기 의사란 단순한 양해로는 부족하고, 개별적으로 명백히 동의 또는 승낙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했다.


'동의'를 받는 형식적인 절차 마련에서부터 엄격한 조건을 넘겨야만 가능성이라도 생긴다는 뜻이다.


③자발적 포기

이 기준을 넘긴다 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자가격리자가 완전한 자발성을 바탕으로 손목밴드를 차기로 결정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앞서 두 가지 조건을 넘긴다 하더라도, 이 기준은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이 변호사는 "(여기서) 위헌적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자가격리자들의 완전하고 자발적인 의사로 동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담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도 "국가와 개인은 대등한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개인이 의사표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진의와 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동의' 의사가 정말로 완전하고 자발적인 의사라고 보장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정향'의 김호철 변호사. /김호철 변호사 제공
'법무법인 정향'의 김호철 변호사. /김호철 변호사 제공

법무법인 정향의 김호철 변호사 역시 같은 의견을 밝혔다. "심지어 지금과 같이 근거 법률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그 포기의 자발성은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09년 한국헌법학회에서 펴낸 '기본권 포기' 논문에서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완중 교수(센터장)는 "기본권 포기는 해당 주체가 자발적으로 표기할 때만 유효하다"며 "이때 한쪽의 지위가 법률적으로나 사실적으로 우위에 있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당사자의) 개별적인 성숙도, (포기에 따른)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강제는 물론 심리적인 강제 등 간접적인 강제 또한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자가격리 위반자가 안심밴드 부착에 동의하지 않으면 현장 점검 등 감시 기능을 훨씬 강화하겠다"고 했고, 반대로 "밴드를 착용하면 수사나 양형 과정에서 참작이 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김지이 변호사는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발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며 결국 "위헌적이고 위법하다"고 밝혔다. 동의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완전한 자발성에 따른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지난 2001년 고시연구사에서 펴낸 '헌법-기본권포기의 개념과 한계' 논문도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논문을 쓴 경희대학교 로스쿨 강태수 교수는 "국가에 의한 시민의 기본권 포기는 엄격한 임의성(자발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강 교수의 논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법상 권리의 포기는 흔히 일어나고, 원칙적으로 존중된다. 그러나 헌법상 국가와 개인의 관계일 때는 그렇게 볼 수 없다.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존중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기본권 포기를 사실상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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