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있는' 방법 아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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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는' 방법 아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 말하고 싶었다"

2021. 06. 09 11:18 작성2021. 06. 11 14: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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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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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 공동 저자 김영미 변호사

10년 학교폭력 현장 경험 바탕으로 펜 잡았다

지난 10년간 현장을 온몸으로 누비며 느낀 점을 책에 담아낸 김영미 변호사.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안세연 기자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에게는 30년이 지났어도, 지워지지 않는 나쁜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던 경험이다. 그때 김 변호사는 '창피하다'는 생각에 주변 어른들에게 피해를 알리지 못하고 혼자 감당했다. 당시만 해도 학교폭력 피해가 '애들 싸움'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변호사가 된 이후 마주한 학교폭력 사건에서 김 변호사는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현장을 온몸으로 누비며 자문과 강연, 상담과 중재에 뛰어들었다. 장난이었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학교폭력일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애를 썼다.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다른 아이들은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세상은 확실히 그때와 달라졌다. 더 이상 학교폭력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게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반대의 상황으로 문제가 된다고 김 변호사는 느꼈다. 예전엔 너무 가볍게 여겨져 문제였다면, 이제는 너무 무겁게 여겨져 문제가 됐던 것이다.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 '법적 대응'을 부모가 나서서 너무 쉽게 남발하는 일이 잦아졌다.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일이 더 복잡해진 것 같아 너무 힘들어요"

"저는 가해 학생에게 사과를 받고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A군-


"부모님이 가해 학생을 혼내주길 바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가해 학생 부모님과 다투는 걸 바란 건 아니었어요. 일이 더 복잡해진 것 같아 너무 힘들어요." -B양-


물론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사건엔 법적 대응이 필요했고, 지금도 필요하다. 가해자 측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김영미 변호사가 문제로 짚은 것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아이들이 원하지 않을 때도 강경 대응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현장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아이들이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매년 신학기마다 "무조건 고소부터 해라", "변호사 선임해서 민형사상 책임 전부 물어라"는 '강경 대응법'이 인기를 얻는다. 어디에도 '아이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 변호사를 포함해 학교폭력 경력 40년이 넘는 세 사람이 뭉쳤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책을 집필하기로 했다. A군과 B양의 사례도 책에서 소개한 실제 사례들이다.


/안세연 기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10년간 학교폭력 현장을 온몸으로 누볐던 김영미 변호사. 학교폭력 전문 단체 '유스메이트' 대표, 부대표와 힘을 합쳐 책을 냈다. /안세연 기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김영미 변호사와 학교폭력 전문 단체 '유스메이트'의 김승혜 대표와 최희영 부대표, 총 세 사람이 1년 3개월 동안 고민한 책,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이 세상에 나왔다. 김 변호사는 "강경 대응법은 정답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라며 집필 계기를 밝혔다.


Q. 책의 주 독자층을 누구로 봤나?

"초등학생 학부모로 뒀다. 사실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학교폭력 사건은 언론에서 접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중학생이라도 사춘기만 지나면 학교폭력 사건 자체가 줄어들고, 벌어졌다면 잘잘못이 명백하거나, 정말 언론에 보도될만한 심각한 경우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학교폭력 사건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학교폭력 책들은 정말 심각한 학교폭력을 전제했거나, 아니면 변호사들이 사건 처리한 걸 바탕으로 쓰인 경우이거나, 정말 대학 교재처럼 딱딱하게 쓰여졌더라. 그래서 학교폭력 현장에서 수십 년 동안 활동한 경험을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Q. 형사 고소 등 강경 대응법이 왜 정답이 아닌가.

"물론 강경 대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피해가 크게 발생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은 사건들,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건들이다. 이런 사건은 형사사법 절차 등을 거치는 게 맞다. 하지만 실제 학교폭력 사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미한 사건이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 1월에 발표한 '2020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를 당한 적 있다"고 답한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생 집단에서 가장 높았다. 1.8%였다. 이는 고등학생(0.2%)의 9배에 달하고, 중학생(0.5%)의 4배에 가까운 수치다. 김 변호사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Q.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 사건은 어떤 모습인가. 언론에 보도되는 심각한 사건과 다른가.

"초등학생들은 서로 금방 화해하고, '이따가 만나서 또 놀자!' 이러면서 금방 화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부모가 앙금이 남아서 형사 고소 등 강경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로서 속상해서 그럴 수 있지만, 그 행동에 동조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그 행동이 피해 아동에게도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조하나 기자
"강경대응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김영미 변호사. 어떤 이유인지 들어봤다. /조하나 기자


Q. 고소 등 강력히 대응했을 때 피해 아동에게 왜 상처가 남나?

"이런 일이 벌어지면 초등학생 아이는 '부모님을 믿고 따라가면 돼', '부모님이 나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셨겠지' 하며 부모한테 의지한다.


성인도 자신의 성폭력, 학대 등 피해 경험을 말하면 고통스럽다. 말을 할수록 고통이 배가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겠냐. 수사기관에 진술하는 것도 너무 힘든 과정인데, 부모는 계속 경찰에 연락하고 수시로 아이한테 사건 이야기하고⋯. 아이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사건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이 말을 듣자, 책을 읽다가 밑줄 그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아이와 부모의 문제 해결을 위한 욕구가 다를 경우,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아이의 욕구입니다.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가장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바로 당사자인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는 학교폭력 피해 당사자가 아닙니다."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 152p


Q. 최근 학교 폭력이 벌어지면, 변호사부터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라고 홍보를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혹시라도 그렇게 홍보하면서 사건을 키우지는 않을까 너무 걱정된다. 변호사는 일단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업군이지 않나. 변호사한테 오는 순간 대부분(형사든 민사든) 사건 처리가 되고, 더욱 심각해진다.


변호사에게 법률조언을 구하고 상담을 받는 건 권장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무조건 형사 고소해야 한다', '충분히 민사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접근하는 건 아이가 법적 대응 과정에서 상처 받진 않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라고 본다."


Q. 그럼 법률 상담을 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무엇보다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해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 부모가 변호사를 찾는 것도,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고민이 들어서다. 부모가 대화를 통해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법을 찾게끔 해야 한다. '네가 이걸 원하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라는 식으로 설명해주되, 판단은 아이가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게 중요하다."


Q. 책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다양한 법령을 쉽게 설명해줬다.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

"물론 학부모가 법령의 세세한 내용까지 모두 숙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알아두면 문제가 생겼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이런 행동은 불법이니 하지말아라'고 교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세연 기자

김영미 변호사는 책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다양한 법령을 쉽게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학부모가 "이런 행동은 불법이니 하지 말라"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세연 기자


Q. 혹시 학교폭력 현장에 이러한 법률 정보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느낀 경우가 있나?

"지금은 학교 선생님들도 관련 교육을 많이 받아서 웬만한 내용은 숙지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폭력 여부를 놓고 판단해야 할 때 되게 애매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소위 패드립(부모를 욕설 소재로 삼는 것)이라고 하지않나. 법적으로 모욕에 해당하는 발언인데, 형법상 모욕죄가 되려면 공연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폭력에서는 이러한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다.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더라도, 학교폭력 행위에는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판단이 모호한 경우에 대해 최대한 풀어쓰려고 했다."


Q. 학교폭력 현장에서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변호사 상담을 통해 법률적으로 궁금한 것을 충분히 묻다보면 부모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학교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선생님들이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게 가해자 측에 '피해자 측에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나중에 뒤늦게 가해자 측에서 '사과하고 싶었는데, 사과할 방법이 없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 좋다.


그러면 변호사들이 '정말 사과할 마음이 있으면 편지를 써서 선생님들한테 전달해달라고 하면 된다', '꼭 전화해서만 사과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중간에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식으로 조력해준다."


Q. 변호사로서 딱딱한 법률 문서만 10년을 썼다. 일반 책을 쓰는 게 어렵진 않았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어려웠다. 법률 문서는 처음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이 끝날 때까지 3~4줄이 기본이지 않나(웃음). 그런데 일단 문장을 짧게 쓰는 게 어려웠고, 법률 용어도 풀어서 쉽게 설명하는 게 어렵더라."


김 변호사는 책에서 본인도 초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 아이가 괴롭혔던 기억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떠오르는 걸 보면, 학교폭력의 후유증은 상당히 오래 지속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때의 경험이 현재 김 변호사가 학교폭력 현장에서 활동하고, 책을 집필한 데 영향을 미쳤을까.


김 변호사는 "조금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Q. 실례가 아니라면 그때의 기억에 대해 여쭤보고 싶다.

"당시 시골에서 학교에 다녔다. 아이들 걸음으로 4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위치였는데, 어른들이 위험하니까 아이들끼리 같이 모여서 등교하도록 했다. 그때 한 친구가 등굣길에 유독 나를 괴롭혔다. 교실에서도 학용품을 빼앗고, 이유 없이 꼬집고 때리는 일이 있었다."


/안세연 기자
책에서 실제 본인의 학교폭력 경험을 고백한 김영미 변호사.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안세연 기자


Q. 혹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고 싶나.

"일단 엄마한테 이야기했을 것 같다. 분명히 엄마가 중재를 해주셨을 텐데. 그런데 그땐 부모님께 이야기하는 게 조금 창피했고, 또 혼자 감당하려고 했던 것 같다.


만약 그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용서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지금 괜찮았을 텐데. 그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이 지금껏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다."


Q. 고등학교 때는 반대로 학교폭력 가해자로 여겨진 적이 있다고 하셨다.

"사실이다. 그때는 오히려 다른 친구 한 명이 '따돌림을 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때 선생님이 야단을 치기보다 한자리에 모이도록 했다. 다 같이 모여서 피해자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피해자가 그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서로 1시간 넘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 같이 펑펑 울면서 사과하고, 용서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난 이후 정말 친한 친구가 됐다. 그 때 모였던 7명(피해자 포함)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생 가는 친구들이 됐다. 서로 진심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다 같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책이 출간될 무렵 체육계⋅연예계에서 학교폭력 관련 폭로가 이어졌다. 이러한 폭로는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제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한테는 피해가 남아있을 수 있다. 그 당시에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계속 의기소침한데 상대방(가해자)은 너무 잘나간다? 그러면 당연히 '억울하다', '불공평하다'는 심정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거지?' 생각해봤는데 원인이 과거의 학교폭력 사건 때문이라면, 결국 폭로를 통해서라도 뒤늦게나마 그 응어리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Q. 이 책의 주 독자층인 초등학생 학부모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가끔 초등학생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성숙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피해 아이와 가해 아이 둘 다 서로 '용서해줄게'하며 쿨하게 마음을 풀었는데, 정작 부모가 '우리 애한테 다시는 쟤랑은 절대 이야기도 하지말라고 할 거예요!' 라면서 뒤끝을 남길 때다. 그러면 결국 아이들은 부모 눈치를 보게 되고, 그 사건에 대한 안 좋은 기억도 더 오래 갖게 된다.


/안세연 기자
김영미 변호사는 인터뷰 말미 "이 책이 부모의 교육지침서로서 잘 활용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안세연 기자


아이들은 정말 흡수력이 빠르다. 부모가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면, 아이들도 정말 그렇게 행동한다. 부디 이 책이 부모의 교육지침서로서 잘 활용 됐으면 한다. 어떤 아이도 가해도 하지 않고, 피해도 당하지 않는 세상. 그게 딱 하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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