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PC 부품 뜯어판 교사와 수리업자⋯법원 "학습권 침해, 해임 정당"
학생들 PC 부품 뜯어판 교사와 수리업자⋯법원 "학습권 침해, 해임 정당"
재산죄 아닌 학습권 침해
법원이 더 무겁게 본 이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학교 공용 컴퓨터를 몰래 뜯어 고가의 핵심 부품을 빼돌린 현직 교사와 유지보수 업체 직원의 범행이 잇따라 적발된 가운데, 법원은 이를 단순한 재산 범죄가 아닌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중대 비위로 판단했다.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은 31일 '학교'라는 공적 공간과 교육용 장비를 노린 신종 절도 범죄 실태와 법적 쟁점을 조명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노리고 학교에 침투한 이들의 행태는 대담하고 치밀했다.
멀쩡하던 PC가 느려진 이유⋯범인은
최근 인천 남동구와 부평구 일대 7개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수업용 컴퓨터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며 점검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본체를 열어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원래 납품됐던 고사양의 메모리카드와 램(RAM)이 모두 사라지고, 저렴한 저사양 부품들로 교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범인은 해당 학교들의 컴퓨터 유지보수를 담당하던 업체 직원 A씨였다.
로엘 법무법인의 우지형 변호사는 "A씨는 유지보수를 하러 온 것처럼 위장해 학교 컴퓨터실을 돌며 범행을 저질렀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만 컴퓨터 200여 대, 금액으로는 약 7000만 원 상당"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교육청은 A씨를 일반 절도가 아닌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우 변호사는 "특수절도는 야간 침입, 흉기 소지, 2인 이상 합동 등의 요건이 필요하지만, A씨가 혼자 범행했음에도 특수절도 혐의가 거론되는 것은 본체를 임의로 개봉하고 부품을 탈취한 방식이나 계획성, 7000만 원에 달하는 엄중한 피해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체 측 역시 민사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우 변호사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책임에 따라, 업체가 직원에 대한 선임 및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7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친 돕겠다"며 CPU 빼돌린 현직 교사⋯법원 "해임 마땅해"
신뢰를 저버린 범행은 외부 업체 직원만의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직 교사가 직접 부품을 훔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21년 비대면 수업 기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학교 교사 최 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학교 컴퓨터 26대의 CPU(중앙처리장치)를 몰래 빼돌렸다.
50만 원 상당의 고가 부품을 4만 원짜리 저가 제품으로 바꿔치기한 뒤, 훔친 부품을 중고로 팔아 약 1014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우 변호사에 따르면, 최 씨는 수사 과정에서 "투자 사기를 당한 여자친구를 돕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가 2년 동안 부품을 되돌려놓지 않았고 수사가 시작된 후에야 자백한 점을 들어 동기를 믿기 어렵다고 판단, 벌금 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확정했다.
형사처벌에 이어 학교 측의 해임 처분이 내려지자 최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피해 금액을 모두 반환했고 징계부가금 2028만 원도 납부했으며, 교장과 합의서도 작성했으니 교직을 박탈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해임은 정당하다"며 최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우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결 이유에 대해 "교사의 비위 행위로 학생들의 학습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고, 교육 공무원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며 "교육 현장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에 대한 공익적 필요가 최 씨가 입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사무실 절도와 다른 이유⋯핵심은 '학습권'
법조계는 학교라는 공간과 교육용 공용장비를 대상으로 한 절도가 일반 재산 범죄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 변호사는 "학교에서의 범행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학습권이라는 공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행위"라며 보호법익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교사 최 씨의 판결문에도 "CPU는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제공된 것"이라는 점이 명시됐다.
이어 우 변호사는 "가해자가 교사라면 법원은 일반 직업인보다 훨씬 높은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요구하며, 학교처럼 장비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맡기는 개방적 공간에서 벌어진 대담한 범행은 죄질이 아주 불량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