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유로 쫓겨난 맘카페 회원들… 소송전(戰) 간다
정치적 이유로 쫓겨난 맘카페 회원들… 소송전(戰) 간다
조국 장관 비판하는 글·기사 맘카페에 올렸다고 비난, 활동정지, 강퇴까지
법원, “인터넷 카페도 독단적으로 운영해선 안 되지만 가처분은 사안 급박성 따져 결정”
맘카페 운영진, 피해 방조·표현의 자유 등 손해배상 책임 있나

조국 법무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사진=김도훈 기자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인터넷 맘카페(육아 카페)에 조국 장관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쫓겨난 회원들이 ‘소송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3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레몬테라스 외에도 맘스홀릭·동탄맘들모여라·일산아지매 등 유명 맘카페 운영진이 소송 대상이다. 이들은 “조국 장관 비판 콘텐츠는 삭제 및 강제 탈퇴 등 불이익을 주면서 옹호 콘텐츠는 삭제하지 않는다”며 “‘내로남불’식 카페 관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네이버에는 ‘온라인 카페 강퇴(강제 탈퇴), 활정(활동 정지) 피해자들 모임’이란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는 개설 5일만에 회원 640여명이 모였다. 맘카페 댓글창 및 강퇴 화면을 캡처하는 등 수집 중인 피해 증거 사례도 현재 97건에 달한다. 변호사 섭외를 마쳤다는 공지도 올라오는 등 구체적인 소송 절차와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고려하고 있는 법적 조치는 크게 세 가지다. ① 부당한 강제 탈퇴와 게시물의 편파 삭제에 대해서는 해당 카페 운영진의 권한을 정지하는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 ② 다른 회원들의 욕설 댓글에 대해서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③ 운영진의 피해 방조·표현의 자유 침해에 근거한 손해배상까지 고려된다.
실제로 일부 맘카페에서는 조국 장관 비판 글이 올라온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개짓거리’, ‘골빈 X’, ‘알바열일’ 등 비방 댓글이 줄줄이 달리다가 게시물이 삭제됐다. ‘애 엄마는 선동하지 말고 애나 키워라’는 비방과 함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제보한 한 회원은 해당 카페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활동’이란 이유로 강제 탈퇴됐다고 제보했다.
'온라인 카페 강퇴(강제 탈퇴), 활정(활동 정지) 피해자들 모임' 네이버 카페 제보 캡처
피해자 카페를 새로 만든 개설자는 “편파적으로 운영하는 카페장을 거덜 내겠다”고 공지했다. 주류 정치적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작정 삭제하고, 치우친 목소리만 남기는 맘카페 등 운영진의 관리가 ‘검열’과 다름없다는 불만이다. 이에 개설자는 해당 맘카페 운영진의 운영권을 금지하는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 운영진의 편파적인 운영에 대해 법원이 ‘직무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제동을 걸었던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드물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확정판결이 나기도 전에 운영진의 직무를 박탈하는 가처분 결정은 상황이 긴급을 요할 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박생환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는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급박한 위험에 처하거나 현저한 손해를 입는 등으로 한정된다”며 “맘카페 운영진의 직무정지를 하는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서울중앙지법 판례가 예외적으로 급박한 경우에 해당했다. 당시 재판부는 “인터넷 카페도 조직을 갖춘 단체”라며 카페의 회원들이 운영진을 상대로 낸 ‘직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해당 카페의 운영진은 자신이 ‘회계 부정’ 논란에 휩싸이자 당초 문제 제기에 앞장섰던 회원 등 4명을 카페에서 강제 탈퇴시킨 책임뿐만 아니라 전체 회원 60% 이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분을 내세워 운영진의 자리를 넘긴 사실로 재판에 넘겨졌다. 바꾸어 말해 이 정도로 사안이 급박해야 가처분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피해자 카페의 제보에 따르면 쫓겨난 회원들은 강제 탈퇴 처분을 당하기 전 인신공격에도 시달렸다. 회원 304만명을 갖춘 레몬테라스에서 탈퇴 당한 한 회원은 “조국 가족비리에 대한 짧은 댓글 하나를 썼다가 비아냥거리는 댓글, 인격모욕 쪽지와 조직적인 신상 조사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카페 강퇴(강제 탈퇴), 활정(활동 정지) 피해자들 모임' 네이버 카페 제보 캡처
제보자의 주장대로 ‘××충(蟲)’이나 ‘골빈 ×' '×레기’ 같은 모멸적인 표현을 들은 게 사실이라면 가해자는 모욕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가해자가 신상 등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웹툰 작가를 특정해 '한남충'이라는 표현을 인터넷 사이트에 남긴 대학원생 A(24)씨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남충의 충(蟲)은 벌레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며 모욕죄를 인정했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표현의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모욕죄는 당사자가 고소해야 수사할 수 있는 친고죄로서 모욕을 당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 이내에 고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반면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제 3자의 고발을 통해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면 고소 기간의 제한 없이 처벌할 수 있다.
친여(親與) 성향 운영진이 반대파를 대상으로 한 협박이나 비난 댓글을 방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언을 일삼은 이들을 피해자가 신고해봤자 운영진이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 24만명의 동탄맘에서 탈퇴 당한 한 회원은 “강퇴당하고 악플 100개에 시달렸다”며 “운영진에 신고했지만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한탄했다.

'온라인 카페 강퇴(강제 탈퇴), 활정(활동 정지) 피해자들 모임' 네이버 카페 제보 캡처
앞서 대법원은 2009년 “비방 댓글을 방치했다면 포털에도 명예훼손의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 B씨가 4개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에게 모두 3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포털이 충분히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B씨의 요청이 없었더라도 관리 가능한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포털의 영향력이 막대하니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운 것이다. 다만 이를 카페 운영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리 법원은 극단적인 경우에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춘천지법은 2009년에 인터넷 자살 카페 개설자 C씨에 자살방조 및 미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C씨는 자살 방법 및 당위성 등의 정보를 교류하며 실제로 피해자 9명의 자살 시도를 이끈 행위로 처벌받았다. 이 정도가 아니라면 운영진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최 변호사도 “맘카페 운영진은 포털 운영자가 아니므로 방조범이 성립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박 변호사도 “인터넷 게시판의 특성상 수많은 글을 일일이 인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근거로 맘카페 운영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운영진이 게시물을 편파적으로 검열했다고 법원이 인정할 경우다.
특정 게시물 삭제 등 운영진의 행위가 편파적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첫번째 기준은 ‘네이버 카페 약관’을 충실히 따랐느냐에 있다. 카페 운영자는 약관에 따라 카페 운영원칙에 어긋나는 게시물을 삭제 또한 이용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 법원은 운영진이 이 원칙을 지켰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기준 자체에 대한 시비가 붙는 경우엔 개별 재판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한다. 법무법인 이강의 김철 변호사는 “부적합 여부를 (사전에) 판정해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운영진의 불법행위가 먼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라면 별도의 카페를 개설하여 의견을 개진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변호사도 “맘카페 회원이 글을 쓸 자유가 법률에 근거하여 보장받는 지위인지는 추가적인 법리구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법 판례가 부당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경우에 해당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해군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삭제한 해군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해군 홈페이지에 제주해군기지 반대 글을 올렸다가 삭제 당한 D씨 등 3명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위자료 30만원씩을 인정받았다. 해군이라는 권력기관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