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두절된 친구 대신 부모가 갚아라?"... 빚 독촉 전화, '징역형' 부메랑 된다
"연락 두절된 친구 대신 부모가 갚아라?"... 빚 독촉 전화, '징역형' 부메랑 된다
부모는 법적 '제3자', 변제 의무 없어
반복적 연락은 '불법 추심' 해당, 합법적 절차 밟아야

친구 부모님에게 빚 대신 갚으라고 계속 전화하면 채권추심법 위반으로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당사자 대상의 지급명령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돈을 빌려 간 친구가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갚지 않고 연락조차 피할 때, 답답한 마음에 친구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채무자를 대신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돈을 돌려받기는커녕 채권자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현행법상 부모는 엄연한 '제3자'에 해당하며, 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변제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추심'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부모님 찬스' 강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돈을 받기 위해 친구의 부모님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거는 행위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하 채권추심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채권추심법 제8조의3 제1항은 채권추심자가 채무자의 소재나 연락처를 문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무와 관련하여 '관계인'을 방문하거나 연락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관계인'에는 채무자의 가족과 친지가 포함된다.
즉, 친구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빚을 졌으니 갚아달라"고 말하거나 채무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허용되는 범위는 오직 "친구와 연락이 안 되는데 연락처나 소재를 알려달라"고 묻는 것에 한정된다.
반복된 전화는 '괴롭힘'... 징역 5년 이하 처벌 가능성
단순히 한두 번 연락한 것을 넘어 '계속 전화'를 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채권추심법 제9조 제3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화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해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9조 제6호는 '채무를 변제할 법률상 의무가 없는 자'에게 채무자를 대신해 변제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채권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동법 제16조). 실제로 법원은 채무자의 가족에게 반복적으로 전화해 변제를 독촉한 행위에 대해 엄격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2023고단3280)과 서울남부지방법원(2024노340) 등 다수의 하급심 판례는 채무자 가족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반복적 연락을 취한 채권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성년 자녀 빚, 부모가 갚을 의무 '0'... 법적 별개 인격체
법적으로 성년인 자녀와 부모는 별개의 인격체다. 민법상 자녀가 진 빚을 부모가 대신 갚아야 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부모가 자녀의 채무에 대해 명시적으로 '보증'을 섰거나,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라면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성년인 친구가 개인적으로 빌린 돈에 대해 부모가 보증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부모는 법률상 변제 의무가 없는 제3자에 불과하다. 민법상 부양의무는 생활 유지를 위한 것일 뿐, 자녀의 채무를 대위 변제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대법원 2017스5 결정 참조).
감정적 대응 지양하고 '지급명령·소송' 등 적법 절차 밟아야
전문가들은 채무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에게 연락하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자칫 억울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적법하고 효과적인 채권 추심을 위해서는 친구 본인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내용증명 발송 ▲지급명령 신청 ▲민사소송 제기 등이 있다. 특히 지급명령은 소송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간소해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빠르게 강제집행 권원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떼인 돈을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해서는 '부모님 압박'이라는 불법적 수단이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채무자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