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값으로 칠게"라며 빌린 돈 안 받은 전 연인, 갑자기 돌변했다면 다시 갚아야 할까?
"행복 값으로 칠게"라며 빌린 돈 안 받은 전 연인, 갑자기 돌변했다면 다시 갚아야 할까?
카톡으로 채무 면제 의사 밝히고는 돌연 내용증명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헤어진 연인에게 빌렸던 돈. 일부를 갚은 뒤, 상대방은 "됐다" "안 받아도 된다"며 남은 돈은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값'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반년 만에 태도를 바꿔 2000만원을 갚으라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A씨는 전 연인 B씨에게 4200만원을 빌리며 차용증을 썼다.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지만 약 2200만원을 갚았다.
돈을 갚겠다고 할 때마다 B씨는 "됐다", "안 받아"라고 답했다. "행복한 시간에 대한 값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돈 때문에 원망하고 싶지 않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보냈다. A씨는 남은 빚 약 2000만원을 탕감해 준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B씨는 "여유가 있으면 생각해봐 달라"고 문자를 보냈고, 최근에는 남은 돈을 갚으라는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A씨는 이 돈을 갚아야 할까?
"행복 값이라더니"…반년 만에 돌변한 전 연인
A씨는 과거 전 연인 B씨에게 4200만원을 빌리며 차용증을 작성했다. 이후 약 2200만원을 변제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남은 돈을 갚겠다고 할 때마다 B씨는 거절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오빠 나는 행복한 시간에 대한 값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돈 때문에 원망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 새해부터 새롭게 잘 살아보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이를 채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후 약 6개월간 B씨에게서 돈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B씨는 "그냥 넘어가는 게 맞는 것 같았는데 일이 생겨 쓰임이 필요하게 됐다"며 돌연 돈을 요구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남은 2000만원을 청구하는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카톡 메시지, 법적 '채무 면제' 효력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B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법적으로 '채무면제'의 의사표시로 인정돼 A씨가 돈을 갚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원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갈렸다.
법률사무소 길의 길기범 변호사는 "'행복한 시간에 대한 값'이라는 메시지는 채권 자체를 종국적으로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도 "채무 면제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여 다툴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봤다.
우리 민법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채권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이 의사표시는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대화나 메시지로도 가능하다.
반면 신중한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법원은 채무면제를 비교적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순히 감정적인 표현이나 연인 관계에서의 위로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 역시 "법원이 진지한 채무면제 의사가 아닌 일시적 다독임으로 볼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채무면제를 주장하는 A씨가 그 사실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내용증명 답변, 보내야 할까 소송 기다릴까?
변호사들은 대부분 내용증명을 무시하기보다는 답변을 보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향후 소송으로 갔을 때를 대비해 '채무가 면제됐다'는 자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온경 추민경 변호사는 "답변 내용증명을 통해 잔여 채무는 이미 면제되어 소멸하였다는 입장을 분명히 남기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면제 의사표시로 인해 채무가 완전히 소멸하였음을 명확히 주장하는 답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답변서의 내용에는 신중해야 한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답변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유리하다"면서도 "상대방의 청구에 곧바로 응하거나 채무를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칫 승인으로 해석되어 면제 주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