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생님이 하세요"…초6 당돌한 언행에 봉사 징계, 법원은 "교권 침해 아니다"
[단독] "선생님이 하세요"…초6 당돌한 언행에 봉사 징계, 법원은 "교권 침해 아니다"
학폭 피해로 전학 온 초6 학생의 불안정한 적응
법원 "불손해도 교사가 보듬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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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 학교는 테마가 뭐냐?", "선생님이 하세요.", "제가 멀티가 안 돼서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당돌한 언행은 교권 침해일까, 아니면 미숙한 표현 방식일까.
담임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의 봉사 5시간 처분을 받은 초등학생의 징계가 법원에서 취소됐다.
법원은 해당 학생의 언행이 부적절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교권 침해로 단정하기보다는 교사의 적극적인 지도와 소통이 필요했던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전학 온 학생의 당돌한 질문 공세…담임교사는 "교권 침해" 신고
2025년, 초등학교 6학년 학생 A군은 담임교사인 B교사와 수차례 마찰을 빚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했다. 3월, 미술 작품 전시와 관련해 A군이 "왜 제 작품만 안 걸어 주신 거죠?"라고 묻는가 하면, 이전 학교와 비교하며 "이 학교는 테마가 뭐냐?", "한 학기 한 권 읽기만 하냐" 등의 불만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수업 태도도 문제였다. 교사의 설명 시간에 다른 곳을 보거나, 지시 사항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제가 머릿속으로 정리하느라 안 쳐다본 거예요", "제가 멀티가 안 돼서요"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심지어 수업 중 시계를 맞춰달라는 교사의 말에 "선생님 쉬는 시간에 할 것도 없어 보이던데 선생님이 하세요"라고 답하는 등 무례한 언행을 보이기도 했다.
급식 시간에도 갈등은 이어졌다. 과일을 더 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A군은 교장실 면담에서 "사람의 능력으로 앞에 몇 명이 먹었고 뒤에 몇 명이 먹을지 대략적인 계산이 안 되냐"며 따져 묻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B교사는 7월 인제교육지원청에 교권 침해를 신고했다.
인제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A군의 행위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라며 '학교에서의 봉사 5시간' 조치를 의결했다.
법원 "불손한 언행 맞지만, 교권 침해는 아냐…교육적 지도 필요"
하지만 A군 측은 징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춘천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A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군의 행위가 일부 불손하고 예의에 어긋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를 교권 침해로 규정해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먼저 A군이 처한 특별한 상황에 주목했다. A군은 이전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겪고 전학을 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했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너는 같은 말을 꼭 두 번씩 하게 하니"라는 발언도, 이전 학교 교사로부터 들었던 상처받은 말이 방어적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교사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당시 해당 초등학교 6학년은 단 2명, 5학년 1명을 포함해도 해당 학급 학생 수는 3명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교사로서는 학생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지도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듬고 이끌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급식 문제와 관련된 사과 요구 역시 대화의 전체 맥락을 보면 달랐다. 재판부는 실제 대화 내용을 살핀 결과, A군이 무례하게 교사를 추궁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 차이를 대화로 풀어나가며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에 가까웠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징계 사유서에는 A군이 "계산도 못 하느냐"며 교사를 일방적으로 공격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두고 "대화의 일부만 떼어내 학생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과장되게 편집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일 때 잘잘못을 하나하나 따지기보다 가슴에 멍이 든 아이에게 한발 다가가 눈높이에서 끌어안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교육의 본질"이라며, "대화하고 가르쳐 옳게 인도해야 할 부분을 교권 침해라는 명목으로 처벌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고] 춘천지방법원 제1행정부 2025구합30341 판결문 (2026. 1. 2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