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때문에 망가진 내 소중한 차(車), 밥 주는 '캣맘'에게 책임 물을 수 있을까
고양이 때문에 망가진 내 소중한 차(車), 밥 주는 '캣맘'에게 책임 물을 수 있을까
주차장에서 고양이 밥 주는 '캣맘'⋯고양이들 모여들어 차 망가져
지속적으로 "밥 주지 마라" 부탁했지만 소용없는데⋯
법적으로 '캣맘' 막을 방법은 없을까?

"주차장에서 길고양이 먹이를 주지 말아주세요. 고양이가 자꾸 발톱으로 차를 긁어요." 간곡한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캣맘. 법적으로 조치를 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주차장에서 길고양이 먹이를 주지 말아주세요. 고양이가 자꾸 발톱으로 차를 긁어요."
차주 A씨의 간곡한 부탁이다. 아끼고 아끼던 차는 이미 성한 곳이 없다. 군데군데 고양이 발톱 자국이 선명하다. 아무래도 주차장에 보금자리를 튼 길고양이들의 소행인 것 같다. A씨가 본 것만 해도 6마리가 훌쩍 넘는다.
주차장에서만 먹이를 주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챙기는 '캣맘(고양이 엄마)'은 A씨의 간곡한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늘도 주차장에는 고양이 먹이가 놓여 있다.
시달리던 끝에 법적 대응까지 고민하게 된 A씨. 바라는 건 한 가지밖에 없다. "본인도 힘들다는 것만 캣맘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현명한 대처가 없을지 변호사들과 사건을 들여다봤다.

변호사들은 "형사적으로 A씨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고의'가 캣맘에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제13조)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고의가 없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리라 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형사적인 대응은 어렵다"며 "A씨 차량에 흠집이 났다는 측면에서 재물손괴죄로 문제를 걸 순 있으나, '캣맘'은 차량을 부수겠다는 인식 또는 의사가 없었으므로 이 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주차장을 넘나든 '캣맘'에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순 없을까. 역시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 죄 역시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들어간 행위가 A씨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갔다는 인식 또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이미 수차례 캣맘에게 '주차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의사를 표시했다면 이 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A씨에게 가능한 적절한 대응은 따로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우리 민법(제750조)은 고의 뿐만 아니라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도 책임을 묻고 있다. 캣맘이 주차장에 먹이를 둔 행위로 인해 A씨의 차에 손상이 간 경우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현중 변호사는 "캣맘은 굳이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 말고 다른 공터 등에서도 고양이에게 밥을 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주차장에서 먹이를 줬고, 차량에 피해가 가도록 했으니 상당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고양이에게 밥을 줄 때 A씨 차량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인과관계 역시 상당히 있어 보인다"며 그 이유로 "(고양이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캣맘 입장에서는 주차장에서 밥을 주는 행위가 A씨 차량에 손상을 가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입증할 책임이 원고인 A씨에게 있다는 점에서 "차량 블랙박스에 해당 고양이가 차를 긁은 점이 찍혀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