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아내 살해 혐의받던 남편, 4번 재판 끝에 '살인죄' 피해⋯보험금 100억 수령할 듯
만삭 아내 살해 혐의받던 남편, 4번 재판 끝에 '살인죄' 피해⋯보험금 100억 수령할 듯
치열한 법정 공방 이어진 '보험금 95억' 아내 사망사고⋯파기환송심서 살인 무죄
다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 인정 돼 금고 2년
법정 공방 계속 이어질 수 있지만⋯지금 현재 판결로는 보험금 받는 데 제약 없어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이 10일 파기환송심에서 금고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남편은 아내 앞으로 들어둔 보험금 95억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셔터스톡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이 10일 파기환송심에서 금고 2년형을 선고받았다. 살인 혐의는 없고, 과실로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치사)만 인정됐다. 이로써 남편은 아내 앞으로 들어둔 보험금 95억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연 이자까지 합치면 실수령액은 100억원을 훌쩍 넘긴다.
사고는 지난 2014년 8월 23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 부근에서 발생했다. 남편 김모(50)씨가 몰던 승합차가 갓길에 정차해있던 화물차 뒷부분을 추돌하면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이모(당시 24⋅캄보디아인)씨가 사망했다. 당시 이씨는 임신 7개월이었다.
남편은 김씨는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사망한 아내 앞으로 32개의 보험이 들어져 있었다. 사망 보험금만 95억원. 거기에 교통사고 과정, 아내의 시신을 급하게 화장한 경위가 미심쩍었던 탓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사고가 아닌 타살 가능성이 크다"며 김씨는 재판에 넘겼다. 입원 중이던 남편이 환자복을 입고 기쁜 듯한 포즈로 셀카를 찍은 사진까지 나오며 남편에 대한 의심은 더 커졌다.
거기에 수입에 비해 보험료가 너무 과다했던 것도 문제였다. 지방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던 김씨는 한 달 수입이 약 500만원 정도였는데, 이 중에서 보험료로만 400만원을 내고 있었다. 남편은 "그 밖에도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한 달에 500만원씩 받고 있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남편 김씨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남편 김씨도 '10대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 4명을 선임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막대한 보험금은 살인의 동기가 볼 수 있고, 차량 운전 시뮬레이션 결과 남편 김씨가 의도적으로 운전대를 틀었다는 점도 인정되면서 이뤄진 반전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남편 김씨가 상고했다. 2017년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2심에서 인정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검찰 측 주장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재판에서 남편 김씨는 이홍훈 전 대법관을 포함해 4명의 베테랑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렇게 다시 열린 재판. 대전고법 형사6부(재판장 허용석 부장판사)는 10일 김씨에게 살인죄는 무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는 유죄를 선고하고 형량을 금고 2년으로 정했다. 고의로 아내를 죽인 점은 인정할 수 없고, 실수(과실)로 아내를 죽게 만든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살인을 전제로 적용된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4번의 재판 끝에 나온 금고 2년으로 김씨는 100억원이 넘는 보험을 수령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우리 법(상법 제732조의2)은 "고의로 누군가를 죽이면 보험금을 받지 못하지만, 과실로 죽게 하면 보험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은 건 "고의로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치사죄를 인정한 것 역시 같은 취지다. "과실로 죽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다만 김씨가 아내 앞으로 들어놓은 보험이 32개나 되는 까닭에 세부 약관을 살펴봐야 한다. 개별 보험에 이런 유의 사고에 대한 '특약'이 있을 경우엔 그 점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추가 소송이 이뤄질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약관으로 이뤄진 보험계약이었다면, (남편 김씨가) 고의범으로 처벌받지 않는 한 보험금 수령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남편이 보험금을 받는 데 큰 제약이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