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다 묶어놓고 살아남으라니"... '국립대 공짜' 카드에 벼랑 끝 몰린 지방 사립대
"손발 다 묶어놓고 살아남으라니"... '국립대 공짜' 카드에 벼랑 끝 몰린 지방 사립대
정부 '지역 국립대 전액 장학금' 추진에 사립대 반발
"설립 유형 아닌 지역 소멸 기준으로 지원해야"

정부의 지역 국립대 신입생 전액 장학금 정책을 두고 지방 사립대학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 소멸을 막겠다며 꺼낸 '국립대 전액 장학금' 카드가, 오히려 고등교육의 80%를 책임지는 지방 사립대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지역 국립대 신입생에게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사립대학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민현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부의 이번 정책이 가진 법적·구조적 모순을 조목조목 짚었다. 핵심은 지원 기준이 지역이 아닌 설립 유형(국·사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관련 법, 지원 대상을 '국립대'로 한정하지 않아"
갈등의 발단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균형 장학금' 제도다. 정부안에 따르면, 지역 국립대 신입생 약 6만 명은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전 회장은 "장학금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법도 지원 대상을 '지방대학'으로 규정하고 있지, '지방 국립대학'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동일한 지역의 사립대 학생이 제외되는 것은 지역 균형 장학금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80% 이상은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전 회장은 "국립대 장학금이라고 하니 지역 균형 장학금답게 학생과 지역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해달라"고 촉구했다.
2009년부터 묶인 등록금... "손발 묶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니"
사립대학들의 위기감은 단순히 학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넘어선다.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넘게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이 근본 원인이다.
전 회장은 국립대와 사립대의 불공정한 출발선을 꼬집었다.
그는 "국립대는 국가 재정 지원을 통해 운영비와 시설비를 지원받고, 지난 17년간 교직원 인건비도 공무원 보수 인상 규정에 따라 꾸준히 인상되어 왔다"며 "반면 사립대는 가장 중요한 수입원(의존율 50~70%)인 등록금을 규제해 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손발을 다 묶어놓고 '당신들 사립대학이니까 설립 취지에 맞게 한번 해봐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수도권행 막기 역부족... 결국 지방 사립대생 빼가기 될 것"
더 큰 문제는 이 정책이 당초 목적인 수도권 인구 집중 완화와 지역 소멸 방지에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전 회장에 따르면 전국 151개 사립대학 중 비수도권에 87개교가 있으며, 이 중 약 50개교가 중소도시에 위치한 소멸 위기 지역에 있다. 과거 남원 서남대 폐교 사태에서 보듯, 지역 사립대의 붕괴는 곧바로 지역 상권과 기업 소멸로 이어진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는 소득 5구간 이하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이나 상당 부분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부족분은 1.7% 낮은 이자율로 융자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돈이 없어서 지방 국립대를 안 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 회장은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수도권으로 갈 아이들이 지방에 남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방 사립대 갈 아이들이 지방 국립대로 옮겨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