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강 못 건너겠다" 北 어머니 한 마디에, 그는 목숨 걸고 압록강을 다시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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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강 못 건너겠다" 北 어머니 한 마디에, 그는 목숨 걸고 압록강을 다시 건넜다

2020. 10. 13 15:17 작성2020. 10. 13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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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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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혔다가는 다시 못 돌아올 수 있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민 A씨가 강을 건넌 이유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압록강 변에 잔잔한 물결이 퍼졌다. 탈북민 A씨가 아직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을 조용히 헤쳐가고 있었다.


목숨 걸고 탈출했던 그 강. 잡혔다가는 다시 못 돌아올 그 땅으로, A씨는 향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A씨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북한에 있는 가족 눈에 밟혀⋯3년을 준비해 어머니의 탈북 계획 실행

A씨는 2016년 10월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이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과 태국을 거쳐 한국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만 약 4개월. 힘겹게 도착한 남한에서 적응을 하던 A씨의 가슴 한편에는 언제나 가족이 남아있었다. 가족 모두 함께하면 좋겠지만, 어머니만이라도 남쪽으로 모시고 오고 싶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마음을 먹은 뒤 실행에 옮기기까지 3년 가까이 걸렸다.


A씨 계획은 이러했다. 그가 중국 땅인 압록강 북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소위 말하는 '탈북 브로커'가 북한에 사는 어머니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러면 함께 남한으로 넘어오는 경로로, 일반적으로 많이 이뤄지는 탈북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5월, 이를 위해 예정된 날짜에 맞춰 중국으로 출국한 A씨. 그곳에서 만난 브로커와 함께 압록강 인근에 도착해 부모님을 기다렸다. 그러다 A씨는 북한 측 브로커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어머니가 무서워서 강을 못 넘어가겠다고 합니다."


예상치 못하게 계획에 차질이 생긴 A씨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갈 것인가, 어떻게든 어머니를 모셔올 것인가.


강 건너 극적으로 가족 만났지만⋯보위부에 부모님이 체포되며 탈북 계획 무산

고민 끝에 A씨는 위험한 선택을 한다. 직접 강을 건너 접경 지역에 머물고 있는 어머니를 직접 모셔오겠다고 마음먹었다.


잡히면 최악의 경우 총살.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북한 양강도 혜산시까지 걸어 들어간 A씨는 극적으로 어머니를 만나 재차 탈북을 도모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강을 건너던 중 A씨가 국경수비대에 발각돼 도망쳤는데, 포위망이 점점 좁혀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까지 탈북시키려 약 20일간 북한에 머물렀던 A씨. 하지만 결국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북한 보위부에 체포됐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체포된 바로 다음 날, A씨는 도망치듯 다시 강을 건너 돌아왔다. 무사히 남한에 도착했지만 A씨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통일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했다. 검찰은 A씨의 진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지난 8월, 해당 사건의 1심이 창원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형사7단독 박규도 판사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반성하는 점"과 더불어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A씨가 어머니를 데려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북한 땅을 밟은 사정을 인정해 '집행유예'로 선처한 것이다.


집행유예 선고한 재판부, 그런데 이미 집행유예 상태였다?

다만, 판결문에서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A씨가 이미 집행유예 상태였다는 것이다. 집행유예 기간에 다른 죄로 다시 한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씨, 이게 법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형법 제62조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요건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


정리하자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에 또 새로운 범죄를 저질렀다면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 여기서 '금고 이상의 형'에는 징역형 집행유예도 포함한다.


하지만 A씨는 집행유예 기간 동안에 새로운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집행유예가 선고되기 전에 범죄를 저질렀다. A씨가 '허가 받지 않고 북한을 방문한 행위'로 남북교류협력법을 어긴 시점은 지난해 5월경, 사기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시점은 올해 4월이다.


즉, 집행유예 기간 중에 저지른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부가 A씨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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