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해고 무효 소송⋯같은 날, 같은 대법관들이 다른 판결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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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해고 무효 소송⋯같은 날, 같은 대법관들이 다른 판결 내렸다

2020. 08. 30 15:24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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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들의 '부당 해고' 소송

노동위원회와 고등법원은 교사들의 손 들어줬지만⋯대법원에서 엇갈려

똑같은 고용 조건으로 일하던 2명의 기간제 교사가 있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며 일했던 두 사람은 하는 일도 같았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셔터스톡

똑같은 고용 조건으로 일하던 2명의 기간제 교사가 있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며 일했던 두 사람은 하는 일도 같았다. 공립 학교에서 영어 회화를 가르쳤다.


일을 시작한 지 5~6년쯤 지나자 '계약 종료'를 통보받은 것도 같았다. 두 사람은 일제히 "부당한 해고"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2심 재판까지는 결과도 같았다. "부당한 해고가 맞는다"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20일 동시에 나온 이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정반대였다. 두 재판 모두 김선수, 권순일, 박정화, 이기택 대법관이 진행했음에도 그랬다. 한 사람은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


하는 일도 같고, 고용 조건도 같고, 소송을 시작한 사연도 판박이처럼 닮았지만 둘 중 한 명만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이 이 둘의 운명을 가른 것일까.


같은 업무, 같은 고용 조건으로 일하던 기간제 교사의 소송

① 광주의 기간제 교사 A씨

2010년 3월 ~ 2015년 2월 근무

지난 2010년, A씨는 광주광역시의 한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계약은 1년 단위로 연장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광주광역시에서 학교별로 '영어 회화 전문 강사 공개채용'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A씨의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던 시기였다.


A씨는 이 공개채용에 지원했고, 기존에 근무하던 학교에 최종합격했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업무를 맡았지만, 서류상 퇴직으로 처리됐다. 학교에서 일한지 정확히 4년째 되는 날 퇴직했고, 4년치 퇴직금도 받았다. 그런 뒤 새 계약서를 작성했다.


1년 뒤 A씨가 계약 기간을 채우자, 학교 측은 A씨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② 부산의 기간제 교사 B씨

2009년 9월 ~ 2016년 2월 근무

마찬가지로 영어 회화를 가르친 기간제 교사 B씨. 그는 지난 2009년 부산광역시에서 일을 시작했다. 근무하던 학교가 폐교되자, 2012년 3월 부산광역시는 다른 학교로 B씨의 근무지를 변경했다. 근무 조건은 동일했다.


이후 B씨는 2016년 2월 계약 종료될 때까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다. B씨는 2009년 9월부터 2016년 2월 말까지 6년 반을 연달아 일했다.


노동위⋅고등법원 "무기계약직으로 봐야 한다"며 교사들의 손 들어줘

학교를 떠나게 된 이들은 '해고 무효'를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신청을 냈다.


그 근거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초·중등교육법' 등의 법 규정에 있다.


기간제법과 초·중등교육법을 종합해봤을 때 공백기 없이 4년 이상을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면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봐야 한다. /조소혜 디자이너


해당 규정들을 종합하면 기간제 근로자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4년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된다.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되면 '기한 만료'로 인한 계약 종료 통보를 피할 수 있다.


기한 없이 일할 수 있는 근로자에게 '기한이 다 됐다'는 사유로 일을 그만두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건 '계속 근로한 총 기간'(최소 4년 초과) 내에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아야 했다. 중간에 '무언가 계약 기간을 끊고 새로운 계약을 시작하는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그동안 공백기 없이 4년 이상을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A씨와 B씨의 계약에 '새로운 근로관계' 있었는지 유무가 쟁점이 됐다.


먼저, 노동위원회는 둘의 계약에서 이런 점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중간에 근로계약 갱신 대신 공개채용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거쳤지만, 그렇다고 기존 계약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B씨의 계약 종료에 대해서도 무효 판정이 내려졌다.


이후 광주시와 부산시가 고등법원에 위원회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여기에서도 A씨와 B씨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부당한 해고가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의 다른 판단의 근거 '공개 채용' 절차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가면서, 둘의 운명은 엇갈렸다.


지난 20일,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가 '공개채용'에 합격하면서 학교 측과 체결한 계약은 '새로운 계약'이라고 해석했다. 기존 계약의 반복 또는 갱신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똑같은 고용 조건으로 일하던 2명의 기간제 교사의 운명을 가른 것은 공개 채용 여부였다. /조소혜 디자이너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당시 공개채용을 '신규 채용'으로 봤기 때문이다. 채용에는 기존 기간제 교사 외에도 신규 참가자들이 채용에 응시했고, 심사는 영어심층 면접 등으로 이뤄졌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학교 측이 채용 기준을 새롭게 변경한 것도 '새로운 계약'으로 보는 근거가 됐다.


또한, A씨가 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있었는지도 쟁점이 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다른 학교에 응시하기도 했다"며 "근로계약을 반복 또는 갱신한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의 근무 기간은 지난 2014년 공개채용 합격 전후로 쪼개졌다. 합격 전(2010년~2014년)과 합격 후(2014년~2015년)다. 같은 학교에서 계속 근무했어도, 별개의 계약이 된 둘은 법적으로 합쳐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반면, 같은 날 B씨의 사안에는 다른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B씨의 근무지가 한 차례 바뀌었지만, 이는 부산시 내에서 업무장소 변경에 불과할 뿐 '새로운 근로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가 별도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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