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매출 만들어라" 압박 못 이긴 직원들의 카드 결제⋯짜고 친 고스톱은 무효 아닌가요?
"가짜 매출 만들어라" 압박 못 이긴 직원들의 카드 결제⋯짜고 친 고스톱은 무효 아닌가요?
매출 실적 위해 입점 업체에 '가짜 매출' 요구한 쇼핑몰
입점 업체 직원들, 물건 산 것처럼 카드로 수천만원 결제했지만⋯결제 취소 안 돼
카드값 떠안은 직원들, 쇼핑몰 측에 책임 물을 수 있을까

한 쇼핑몰이 매출을 위해 입점 업체 직원에 일명'가짜 매출'을 요구했다. 직원은 카드 결제를 취소해 주겠다는 쇼핑몰을 믿고 자신의 카드로 물건을 구입했지만, 결제 취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셔터스톡
서울의 한 쇼핑몰의 의류매장에서 근무했던 직원 A씨. 퇴사 후 그에게 남은 건 수천만원의 빚이었다. 당시 쇼핑몰 측이 매장에 '매출을 올릴 것'을 압박했고, 매장 매니저가 직원들에게 각자의 카드로 결제할 것을 지시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른바 '가짜 매출'(가매출)이었다. 일단 직원 카드로 가짜 결제를 하여 물건이 팔린 것처럼 매출을 꾸미고, 추후에 실제 매출이 많이 발생하면 카드를 취소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직원들은 총 1억원이 넘는 카드값을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카드 취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매출을 요구한 쇼핑몰 측은 카드 결제 취소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매출을 위해 직원들을 동원한 쇼핑몰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또 카드값을 떠안은 직원들은 어떻게 대응하면 될지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해당 매장의 가매출 '꼼수'는 지난 2016년부터 3년에 걸쳐 일어났다. 확인된 가매출 중에는 71만원씩 24번, 하루 동안 1700만원을 결제한 내역도 있었다. 며칠 후 100만원씩 일부가 취소되기도 했다. A씨의 경우 근무 당시 8개월 동안 7500만원가량을 카드로 긁었다.
이렇게 가매출이 요구되는 이유는, 쇼핑몰이 가져가는 수수료 때문이다. 쇼핑몰은 입점 업체의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받았는데, 업체의 매출이 올라가면 쇼핑몰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많아진다. 결국 쇼핑몰 입장에서는 매출이 올라야 자신들 몫인 '수수료'의 크기도 커지는 구조다.
카드값을 떠안게 된 사람들에 따르면, 업체가 '가매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쇼핑몰이 보복했다고 한다. 매장을 구석진 자리로 배치하는 등의 불이익이었다. 당장 생존해야 하는 매장 입장에선 카드빚을 감당하면서까지, 가매출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가짜 매출을 요구한 쇼핑몰 측에 변호사는 두 가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강요죄다. 강요죄는 ①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②다른 사람의 의사를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법무법인(유)로고스의 박래형 변호사는 "협박을 가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을 경우 형사적으로는 강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쇼핑몰 측의 가매출 요구는 협박으로 볼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해당 업체와 해당 업체의 직원은 의무가 아닌 일을 하게 된 것이니 '강요'라는 취지다.
강요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갈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공갈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동원해 돈을 뜯어내는 행위다.
강요죄와 마찬가지로 쇼핑몰 측이 해당 업체에 자리 배치 등을 수단 삼아 가매출 협박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협박을 통해 직원들은 사비로 카드를 결제했고, 직접 갚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공갈이라고 보는 것이다.
공갈죄에 해당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피해 직원들이 가매출 대금을 돌려받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업체 측에서 순순히 반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①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박래형 변호사는 피해 직원들이 입점 업체에 가매출을 만들기로 한 행위는 법적으로 '무효'임을 주장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거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우리법은 타인을 속이기 위해 허위로 짜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무효'라고 판단한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위장결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효에 해당하면, 해당 행위에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
박 변호사는 "입점 업체와 직원 간에 가짜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면, 이는 허위표시이므로 무효"라며 "직원은 해당 입점 업체에 해당 매출 상당에 대해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소송
다른 방법으로 쇼핑몰 측의 가매출 요구 행위를 '불법행위'로 보고, 입점 업체 직원들은 쇼핑몰 측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해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다. 위에서 검토한 강요죄와 공갈죄를 기반으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엔 직원들도 이런 불법행위에 일부 가담했다는 점이 인정돼 배상금 일부가 줄어들 수도 있다. 직원들이 전후 사정을 다 알면서도 쇼핑몰이 시키는 대로 가매출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일부 책임(30~40%)이 있다는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