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뇌물 수사 전문가' 추락? 박영수 특검, 100억대 사기꾼에 뇌물 수수 의혹
국내 최고 '뇌물 수사 전문가' 추락? 박영수 특검, 100억대 사기꾼에 뇌물 수수 의혹

국정농단 수사팀을 이끈 박영수 특검이 5일 수산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연합뉴스⋅포르쉐 페이스북⋅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국정농단 수사팀을 이끈 박영수 특검이 5일 수산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뇌물 수사 전문가가 이 혐의로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분위기다.
박 특검은 이날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고급 수입차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무상 제공은 사실이 아니고, 비용을 지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이런 혐의로 박 특검이 수사를 받고 있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많은 전·현직 검찰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장(검사장)을 두 차례나 지낸 박영수 특검은 뇌물죄와 관련한 여러 획기적인 수사기법을 만들었는데, 그러한 방법론에 박영수 특검이 잡아먹힐 위기에 처했다"고 평했다.
특히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양자(兩者)간 문제가 아닌, 중간에 제3자가 끼는 '제3자 뇌물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사 성과를 냈던 그. 그 수사기법에 자신이 당할 수 있단 관측이 나왔다.
박 특검의 경력은 화려하다. 서울지검(지금의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대검찰청(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 대검 공안기획관, 청와대 사정비서관, 서울지검 2차장, 서울고검 차장 등을 거쳐 2005년 대검 중수부장에 올랐다.
특수수사와 공안수사를 모두 거쳤는데, 특히 특수수사 중에서도 '뇌물' 수사에 강점을 보이며 '재벌 총수의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서울지검 2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1조 5000억원대의 SK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이 수사를 단초로 당시 '차떼기 사건'으로 불린 대선 자금 수사가 시작됐다.
사람들 머릿속에 강렬한 박 특검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맡으면서다. 특히 민간인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하고 뇌물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 등을 규명해야 했다.
박 특검이 임명될 때만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엮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박 특검은 성공했다. 단순 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죄 구성을 탄탄히 덕분이었다.
단순 뇌물죄는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접 뇌물 수수했을 경우다. 하지만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실제로 편의를 봐준 것이 제3자일 경우에는 단순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제3자 뇌물죄다.
"뇌물을 건넨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 받은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실제 이익을 본 사람은 최서원"이라는 구조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을 엮었다.
그랬던 그가 오히려 자신이 만든 그물에 걸릴 위기다. 한 전직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박영수의 그물이 박영수를 뒤덮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 특검이 받고 있는 의혹은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고급 포르쉐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 받았다는 것이다. 관건은 구속된 수산업자가 박 특검에게 이같은 편의를 제공한 이유다. 만일 '부당한 목적'이 있었고, '특혜의 대가성'까지 일부 확인되면 박 특검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제3자 뇌물죄가 중요하게 검토된다. 왜냐하면 특혜에 대한 댓가가 반드시 수산업자 김씨를 위한 것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이다. 만일 김씨가 박 특검에게 '포르쉐 사용' 등의 혜택을 준 뒤에, 박 특검이 제3자의 편의를 봐줬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
두 사람 사이의 특혜와 대가만 검토해서 죄의 성립을 따지는 단순 뇌물죄와 다르다. 이 때문에 국정농단 수사 당시 삼성 측이 "제3자 뇌물죄를 포괄적으로 적용하면 (수사당국의 의지에 따라) 누구든 엮일 수 있다"며 반발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공무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받고 최서원에게 특혜를 준 구조와, 박영수 특검(공무원)이 수산업자에게 렌트카를 제공받고 '제3자'에게 특혜를 준 구조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박영수 특검은 이날 기자들에게 "(수산업자 김씨와) 가끔 의례적 안부 전화를 한 적은 있으나, 김모씨 사업에 관여하거나 행사에 참여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입장문을 보냈다.
박 특검은 "약 3년 전, 전직 언론인 송모씨를 통해 김씨를 처음 만났고 당시 포항에서 수산업을 하는 청년사업가로 소개받았다"며 "그 후 2~3회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박 특검은 포르쉐 차량 무상제공 의혹에 대해서 "제 아내를 위해 인생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차를 구입해주기 위해 여러 차종을 검토하던 중 김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렌터카회사 차량의 시승을 권유했고, 회사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며칠간 렌트를 했다"며 "이틀 후 차량을 반납했고 렌트비 250만원은 '변호사'를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이 언급한 '변호사'는 박 특검이 대표로 있던 로펌 소속 변호사로, 박 특검이 수산업자 김씨에게 법률자문 변호사로 소개를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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