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으로 비밀번호 알아내 여성 집 들어간 남성…왜 주거침입죄만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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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으로 비밀번호 알아내 여성 집 들어간 남성…왜 주거침입죄만 적용?

2021. 12. 08 15:41 작성2021. 12. 08 16:04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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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비밀번호 '정확히' 누르고 침입⋯주거침입죄 적용

카메라 설치해 번호 알아냈는데도 왜 별도의 혐의 적용하지 않았을까

현행법상 처벌 조항 없어⋯카메라등이용촬영죄·비밀침해죄 적용도 애매

불법 촬영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침입한 남성에게 경찰은 주거침입죄만 적용했다. /SBS 뉴스 화면

"띡띡띡띡"


누군가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하나씩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집 안에 혼자 있던 여성은 "이웃이 술 마시고 집을 잘못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했다. 하지만 정확히 입력된 비밀번호. 기겁한 여성이 달려 나가니 문밖의 낯선 남성 A씨가 문을 열어젖힌 상황이었다.


얼마 전, 혼자 사는 여성 B씨가 겪은 위험천만한 이 사건. 다행히 당시 현관문에 걸쇠가 걸려 있어 A씨는 문을 완전히 열 수 없었다. 그는 침입을 포기하고 도망갔다.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비밀번호 유출 경위는 충격적이었다. A씨가 B씨 집의 현관문 근처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해 번호를 알아냈기 때문.


그런데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혐의가 이상했다. '주거침입죄'만 있었기 때문. B씨의 집에 침입하기 전, 불법 촬영으로 번호를 알아낸 행위에 대해선 왜 별도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을까.


'불법 촬영으로 비밀번호 알아낸 행위' 처벌 조항 없어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A씨의 행동은 명백히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 동의 없이 불법촬영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법무법인 지혁의 안준형 변호사. /로톡·로톡뉴스DB
(왼쪽부터)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법무법인 지혁의 안준형 변호사. /로톡·로톡뉴스DB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는 "불법 촬영으로 비밀번호를 알아낸 행위만 따로 떼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현행법상 이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기존의 주거침입죄 외에 다른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성범죄로 한정돼 있어 이번 사안에 적용하기도 애매했다. 바로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제14조 제1항)다.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는 "이 죄를 적용하려면 연인 간의 성관계를 몰래 찍는 등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해야 한다"며 "불법 촬영으로 B씨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인한 A씨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A씨는 혼자 사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고 알려졌다. 이에 비춰 A씨에게 성범죄 목적이 있지 않았을지 의심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추 변호사는 "성범죄 고의를 입증하기 전까지는 여타 다른 성범죄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A씨가 B씨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는 '착수' 과정이라도 드러나야 고의를 입증할 수 있다"며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 성범죄 목적을 가지고 주거침입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주거침입죄로만 처벌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현관문 비밀번호는 타인에게 함부로 공개되서는 안 되는 피해자 B씨의 비밀. 이에 따라 마지막으로 비밀침해죄(형법 제316조)도 고려해봤지만, 법무법인 지혁의 안준형 변호사는 "이 죄는 다른 사람의 편지를 뜯어보거나 컴퓨터 내용을 함부로 봤을 때 성립하기 때문에 A씨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에게 불리한 양형 사유 작용할 것⋯징역 1년에서 1년 6개월 예상

하지만 A씨의 불법 촬영 행위가 아무런 법적 판단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추변호사는 "주거침입을 하려고 불법으로 카메라까지 달아놓았기 때문에 양형에 매우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 판례에 비춰봤을 때 징역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에서 형량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불법 촬영 행위 등을 종합해보면 결론적으로 A씨가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옥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는 A씨가 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알아낸 행위를 주거침입을 위한 준비 단계로 봤을 것"이라며 "A씨의 이러한 행위가 추후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때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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