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15억원치 '꿀꺽' 했지만 "처벌 못 한다"…이유는?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15억원치 '꿀꺽' 했지만 "처벌 못 한다"…이유는?
착오로 비트코인 이체받아⋯다른 계정에 옮긴 뒤 일부 사용
결국 배임 혐의로 재판⋯1⋅2심은 '유죄',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뒤집어
무죄 선고됐다고 해서 비트코인까지 갚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약 15억원 어치를 자기 마음대로 다른 계정에 옮기고 일부 사용까지 한 A씨. 그런데 대법원이 A씨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마른하늘에 떨어진 돈벼락이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A씨의 전자지갑에 약 200비트코인(당시 약 15억원 상당)이 들어왔다. 뜻밖의 횡재라고 생각한 A씨는 다음날 비트코인의 거의 전부를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일부를 생활비와 유흥비, 다른 가상자산 구매 등에 사용했다.
비트코인의 주인은 당연히 A씨가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리스인 B씨의 가상지갑에 보관돼있던 비트코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A씨에게 이체됐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A씨는 한동안 B씨와 거래소 측의 비트코인 반환 요청을 무시했다.
결국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유죄일까. 1⋅2심 법원은 "그렇다"고 보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봤다. 16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원심(2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배임죄는 '①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주체로 하는 범죄다. 이런 지위에 있는 자가 ②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우리 법원은 이를 처벌한다.
1·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구성요건 중 ①에 대해 "법률 관계없이 돈을 이체받은 자는 송금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된다"며 "(법정화폐가 아닌) 비트코인을 이체받은 경우도 이때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A씨가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 게 맞고(①), 그런데도 피해자의 재산을 보관하지 않음으로써 임무를 저버렸으니(②),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중 ①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A씨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와 똑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자를 뜻한다"며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경우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러한 신임관계를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 이유로 "가상자산은 현재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다"며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죄가 선고됐다고 해서 A씨가 비트코인을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령 위반에 대한 형사 책임과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것에 대한 민사 책임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피해자는 200비트코인 중 40비트코인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다.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 A씨는 200비트코인 중 약 160비트코인을 피해자에게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A씨는 아직 돌려주지 않은 약 40비트코인도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피해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을 통해 해당 분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은 가격이 주식처럼 등락하는 특징이 있다. 만약 A씨가 이를 비트코인이 아닌 현금으로 반환할 경우엔 얼마를 돌려줘야 할까. 원칙적으로 사실심(1⋅2심) 마지막 재판 날(변론 종결) 기준가로 배상해야 한다는 게 우리 법원 판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