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이유를 알고 싶은 자, '3000만원+100원' 소송장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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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이유를 알고 싶은 자, '3000만원+100원' 소송장을 써라

2019. 12. 08 11:30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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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유 없는 깜깜이 판결문, 이유를 알고 싶은 변호사들이 짜낸 '궁여지책'

소장에 쓰는 청구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법원은 판결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유를 꼭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소송가액을 3000만100원'으로 적어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삼천 만..백원?"


민사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액을 술술 읊어 내려가던 도중 한 박자 멈추고 말았다. '3,000,100원'이라는 숫자 '0' 사이에 홀로 놓인 '1'. 튀는 숫자가 눈에 걸렸다.


최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정부에 소송을 내면서 "3000만100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얼마 전 잘못된 방식으로 근무 태도를 감시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경찰관 2명' 역시 소장에 "3000만100원을 배상해달라"고 썼다. 동일한 '100원'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경찰관들이 소송을 내면서 밝힌 발언이 있다. 당시 그들은 소송을 진행하며 "3000만원 이하면 소액사건으로 처리되는 점을 고려해 100원을 더했다"고 말했다.


재판의 시간 및 비용 절약을 위해 만들어진 '소액사건심판'

소액사건심판은 소송가액 3000만원 이하의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소송가액이란 소송에서 이기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법원이 이런 절차를 따로 두고 있는 건, 상대적으로 다툼의 액수가 적은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법원은 재판 없이 원고가 제출한 서류만 검토한 뒤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피고에게 "원고가 요청한 내용을 이행하라"는 이행권고를 한다. 만약 피고가 이의가 제기하면 재판을 연다.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른 민사소송과 달리 경제적이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판결 이유'가 적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3000만원+100원' 소송장 쓰는 특별한 이유

판결문은 'A라는 이유로 B라는 결론을 내린다'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소액사건의 판결문엔 이유를 생략하고 결론만 기재할 수 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판결에 관한 특례)는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법문에는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있지만 실제론 99% 이상의 소액사건 판결문에 이유가 적히지 않는다.


따라서 판결 이유를 알려면 소액사건심판을 피해야 한다. 소송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소액사건으로 분류될 수 없기 때문에 3000만에 100원을 더해 소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유를 알아야 항소심을 대비할 수 있다

“이유도 없는 판결문을 보고 항소심 승소 여부에 대해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다음 주 월요일이 (고객)상담인데 걱정이 앞선다”


원곡법률사무소의 최정규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런 고민을 토로했다. 판결이 내려진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고객에게 항소심 진행 여부에 대해 말할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판결문은 항소심의 진행 유무를 결정하는 기준이자,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재료다. 항소심을 진행하려면 원심의 판결이 어떤 이유를 바탕으로 내려졌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재판에서 이기기 위한 더 탄탄한 증거와 관련 법리를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판결이 내려진 이유를 알 수 없다면, 향후 소송계획을 짤 수가 없다. 왜 졌는지 알지 못하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할지도 계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빠르고 경제적이란 장점은 있지만⋯사법부 신뢰 문제 생길 수도

로앤컴퍼니 장성수 변호사는 "소액사건의 경우 사건 수가 많은데다, 액수가 크지 않다보니 빠른 사건 해결과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법원 입장에서는 소액일 수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작은 돈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판결이 신뢰를 얻고, 사법부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판결의 이유를 간략하게라도 언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판사의 과중한 업무량이 문제가 된다면 판사의 수를 늘리거나, 유형화를 통해 미리 완성된 이유를 붙이는 등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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