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야생동물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면 안 된다고 했지만, 판결은 그래도 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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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야생동물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면 안 된다고 했지만, 판결은 그래도 되는 듯 보였다

2022. 12. 17 11:06 작성2022. 12. 17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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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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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치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사건 21건 분석

실형은 3건에 불과⋯징역형의 집행유예 8건, 벌금형 10건

불법으로 꿩 밀렵하다 엽총으로 사람 맞춘 사건에도⋯법원은 벌금 선고했다

지난 여름, 서울의 한 하천에 살던 오리 가족에 돌을 던져 죽인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10대 형제. 이들 형제는 향후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기존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판례를 통해 그 수위를 알아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6월, 서울 도봉구의 한 하천에 경찰의 경고문이 붙었다. 하천에서 돌팔매질로 오리를 죽인 사람들에게 "자수하지 않으면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 경고였다. 결국 범인은 한 10대 형제로 밝혀졌다. 이들은 CC(폐쇄회로)TV를 추적한 경찰에 의해 주거지에서 붙잡혔다.


10대 형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보호법) 위반으로 지난 8월 검찰에 넘겨졌다. 이 법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해선 한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긴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야생생물보호법 제8조(야생동물의 학대금지)

①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다음 각 호의 학대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1. 때리거나 산채로 태우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2. 목을 매달거나 독극물, 도구 등을 사용하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3. 그 밖에 제2항 각 호(포획ㆍ감금하여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 등)의 학대행위로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야생생물보호법 제68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8조제1항을 위반하여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한 자


그렇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물론 이들 형제는 미성년자임이 감안될 수 있지만,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처벌받았는지 알아봤다. 최근 2년치 판결문을 분석해봤다(22년 12월 기준).


21건 중 실형은 3건에 불과했다

판례를 바탕으로 봤을 때, 무거운 처벌이 예상된다고 보긴 어려웠다. 약 2년간 야생생물보호법을 위반해 처벌된 사건은 총 21건이었다(대법원 공개 기준, 하급심 중복 사건 제외). 하지만 실형은 이중 3건(약 14%)으로 드물었다.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범행 규모와 죄질에 비춰볼 때 그럴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포획이 금지된 밍크고래를 조직적으로 불법 포획하거나, 사육하고 있던 반달가슴곰을 도축해 곰발바닥 등을 불법 채취한 경우였다.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잡은 선주들에겐 각각 징역 2년 4개월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지난해 10월 울산지법, 지난 4월 울산지법). 이미 3차례나 동종범죄 전력이 있고, 불법 도축 사실을 숨기려 허위신고까지 한 반달가슴곰 도축 농장주는 징역 6개월이었다.


이 밖에는 거의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21건 중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8건(약 38%)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불법 밀렵으로 처벌된 경우였다. 불법 소지한 공기총 등으로 인근 야산에서 고라니, 멧비둘기, 청둥오리 등을 허가 없이 사냥했다. 총기를 불법 소지한만큼 야생생물보호법 뿐 아니라 총포화약법 위반도 동시에 적용됐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초범이 아닌 경우에도 그랬다. 불법 개조한 소총을 이용해 허가 없이 야산에서 멧돼지를 사냥한 A씨. 그에겐 동종 전과를 포함해 무려 12회의 벌금 전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청주지법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택했다.


약 2년간 야생생물보호법을 위반해 처벌된 사건은 총 21건이었는데, 실형은 이중 3건(약 14%)으로 드물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약 2년간 야생생물보호법을 위반해 처벌된 사건은 총 21건이었는데, 실형은 이중 3건(약 14%)으로 드물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단순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21건 중 10건으로 절반에 가까웠다(약 48%). 벌금액수의 평균은 약 6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도 대부분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불법 밀렵을 한 경우였다. 다만 이들은 총기가 아닌 수렵용 창을 이용하거나, 허가받은 총기를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


불법 밀렵하다 사람 엽총으로 맞춰도 벌금

법원은 '불법 밀렵'으로 야생생물보호법을 어긴 사건에서 공통적인 판시사항을 남겼다.


"총포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으로 위험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를 이용해 수렵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 야생생물을 수렵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근거 없는 경고가 아니었다. 실제 "무고한 사람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 있었다.


한 마을 인근에서 엽총으로 꿩을 불법 밀렵한 B씨. 그는 꿩을 사냥하다 인근 비닐하우스 안에서 곶감을 수확하던 60대 여성을 총으로 맞췄다. 다행히 피해자의 목숨엔 지장이 없었다. 총알이 급소가 아닌 손가락 부근을 맞췄기 때문. 하지만 큰 위험이 있을 수 있었던 상황은 분명했다. 하지만 B씨는 구급차를 부르거나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자리에서 도망을 쳤고, 붙잡힌 뒤에도 범행을 부인했다.


법원은 불법 밀렵으로 야생생물보호법을 어긴 사건에서 무고한 사람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사항을 많이 남겼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법원은 불법 밀렵으로 야생생물보호법을 어긴 사건에서 무고한 사람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사항을 많이 남겼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결국 B씨는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뿐 아니라 업무상 과실치상(엽총을 발사한 과실로 피해자를 다치게 함)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알고봤더니, 그에겐 총기 관련으로 동종 전과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런 B씨에게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전주지법 남원지원은 "피해자가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B씨는 이마저도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전주지법은 지난해 4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도주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9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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