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려 부담"... 법원이 국민참여재판 꺼리는 이유
"오래 걸려 부담"... 법원이 국민참여재판 꺼리는 이유
배제율 10%→30% 급증, 연간 100건도 안 열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5년 5월 23일 방송.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도 법원에서 기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판부가 업무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제도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안준형 변호사는 "일반 형사재판은 10분 간격으로 5개씩 잡아서 처리하는데,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을 불러서 하루 종일 진행해야 한다"며 재판부의 부담을 설명했다.
실제로 2013년 국민참여재판 배제율은 10%였지만, 작년에는 30%를 넘어섰다. 신청은 늘었지만 배제도 함께 늘면서 실제 진행되는 건수는 여전히 연간 100건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국민참여재판 미루는 사이 피고인 치매 악화..."방어권 행사 못해"
최근에는 80대 뺑소니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배제 결정을 내리는 데만 6개월, 이후 재결정 과정에 8개월 등 총 1년 4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그 사이 피고인의 치매가 악화되면서 제대로 된 변론을 하지 못했다.
안 변호사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요한 사건도 아닌데 시간은 많이 써야 하고, 국민참여재판 경험이 없는 재판부도 많아 부담스러워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제 사유를 구체화하고 결정 기간을 제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재판 철회 안 하면 불이익"...재판부 압박 논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피고인에게 법원이 사실상 압박을 가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근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80대 A씨 사건에서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철회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변호사는 방송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사자가 느끼기에 굉장히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국민참여재판법이 명시한 피고인의 신청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국민참여재판법은 피고인이 신청하더라도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배제할 수 있다. 문제는 '상당한 이유'의 해석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자의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도입된 한국판 배심원 제도로, 일반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재판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현재도 전국에서 연간 100건도 채 열리지 않고 있다.
방송 말미에 안 변호사는 "사법부의 확대 의지가 없다면 국회가 나서서 입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