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오빠의 '명의만 빌려줘', 수억 빚더미로 돌아온 비극
사촌오빠의 '명의만 빌려줘', 수억 빚더미로 돌아온 비극
명의 빌려주면 처벌?
전문가들 '사기죄' vs '실명법 위반' 팽팽
'등기만은 절대 안돼' 한목소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촌오빠의 '명의만 빌려주면 돈 벌게 해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인생이 흔들린 한 시민의 사연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득 나눠줄게"…달콤한 유혹, 비극의 서막
모든 비극은 사촌오빠 A씨의 솔깃한 제안에서 시작됐다.
A씨는 피해자 B씨에게 "아파트 분양에 명의를 빌려주면 이득이 날 경우 명의값을 챙겨주겠다"고 접근했다.
부동산 시장이 뜨겁던 시절, B씨는 가족이라는 믿음 하나로 자신의 이름과 신용을 빌려주기로 했다.
계약금은 B씨의 신용대출로 마련됐다.
A씨는 특정 은행 지점까지 지정하며 B씨를 불렀고, B씨는 대출의 상세 내용이나 계약 구조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한번 듣지 못한 채 서류에 서명했다.
B씨는 "내 대출임에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자책했지만, 가족이라는 믿음이 판단을 흐리게 했다. A씨는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이자를 자신이 내겠다며 B씨를 안심시켰다.
'마피 5천' 폭탄과 돌변한 사촌오빠
믿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은 '미분양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됐다. B씨 명의의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5천만 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태로 전락했지만, 팔리지 않았다.
입주 지정일이 다가오자 A씨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넘기겠다고 둘러대던 그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단 네 명의로 등기를 치고 생각해보자"며 B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B씨가 등기를 치는 순간, 수억 원의 대출 원금과 세금은 온전히 그의 몫이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사기'인가 '명의신탁'인가…엇갈린 법률가 진단
궁지에 몰린 B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다양한 진단을 내놨다. 핵심 쟁점은 A씨의 행위를 '사기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한 변호사는 "위험 고지를 하지 않은 채 명의를 이용해 거래하고, 대출 책임을 명의자에게 전가했다면 속이려는 의도(기망행위)와 재산상 이익 취득이 결합된 전형적인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 역시 "전형적인 '부동산 명의대여를 이용한 투자 사기' 형태"라며 사기죄 성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반면, 사기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백 변호사는 "사기죄보다는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변호사도 "단순 투자 실패일 경우 처음부터 속일 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워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처벌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명의수탁자) 역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B씨 또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골든타임은 등기 전"…전문가들의 만장일치 해법
의견은 갈렸지만, B씨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았다.
바로 '절대 등기를 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지금 즉시 사촌오빠에게 '절대 내 명의로 등기를 칠 수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고 모든 대화를 녹음 등 증거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기를 실행하는 순간 B씨가 모든 채무를 공식적으로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최선의 해결책은 '신속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이다.
조 변호사는 "변호사를 통해 실질 계약자가 A씨임을 명시하고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A씨를 사기죄로 형사 고소, B씨가 입은 금전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며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B씨의 사례는 가족이라는 믿음만으로 섣불리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가 얼마나 큰 법적, 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수억 원의 빚으로 돌아올 수 있는 부동산 명의신탁의 덫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