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지른 불…치매와 당뇨 앓던 어머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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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지른 불…치매와 당뇨 앓던 어머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행동

2022. 02. 12 11:38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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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했다'는 이유로 집에 불 지른 아들⋯50년 가까이 길러준 계모 사망

"불 왜 난지 모르겠다" 발뺌하다⋯재판에서는 "심신미약" 주장

피해자의 마지막 행동을 본 재판부 "참담하다"⋯징역 20년 선고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약 50년 동안 A씨를 친자식처럼 길러온 계모가 잠든 사이 불을 질러 사망하게 한 50대 남성에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 50대 남성이 집에 불을 질러 80대 계모를 숨지게 했다. '잔소리를 했다'는 게 범행의 이유였다. 당시 그는 라이터로 종이에 붙인 불이 집 전체로 번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도망쳤다.


피해자는 약 50년 동안 A씨를 친자식처럼 길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A씨가 지른 불에 사망했다. 피해자가 발견된 곳은 화장실. 욕실에 물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치매와 당뇨로 스스로 거동이 불편했던 피해자가 화재 당시 화장실까지 힘들게 이동했던 것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죽음을 인식한 상태에서 고통이라도 최소화하고자 이런 행동을 했던 것으로 보여 참담하다."


"왜 늦은 시간까지 술 마시냐"고 꾸지람 듣자, 불 지른 뒤 범행 은폐 시도

사건은 지난해 7월, 충남 부여군에서 벌어졌다. 당시 A씨는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들어와 또 집에서 술을 마셨다. 이를 본 피해자는 "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잠을 자지 않느냐"고 꾸짖었다. 이 말에 화가 난 A씨는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약 3시간쯤 뒤 집에 불을 질렀다.


불은 집을 모두 집어 삼켰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대신 숨기려고 했다. 범행 직후 이웃에겐 "불이 났는데, 우리 엄마가 빠져나오지 못 했다"고 말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불이 난 이유를 모르겠다"고 거짓말했다.


하지만 뜻밖의 증거에 덜미가 붙잡혔다. 피해자 집에 설치된 독거노인 보호 시스템 카메라에 A씨의 범행 장면이 찍혀있었던 것. 그제서야 A씨는 범행을 인정했다.


1⋅2심 재판 결과 징역 20년 선고⋯"심신미약" 주장했지만 안 받아들여져

형법상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제164조)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우리 법은 사람이 건물 등에 불을 놓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심을 맡은 대전지법 논산지원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집 안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불을 지른 뒤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겁고,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월, 2심을 맡은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 부장판사)는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정 부장판사는 A씨의 양형부당 주장과 심신미약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선 "피해자는 계모지만 A씨를 친자식처럼 길러왔다"며 "불이 집 전체로 번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도망쳤고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빠져나와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심신미약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A씨가 이웃집에 불이 났다고 알린 점, 수사기관에 당시 상황을 비교적 분명하게 진술했다"며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씨가 "대법원(3심)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고 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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