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요지서, '반성합니다'만 쓰면 낭패 본다…김수열 변호사가 강조한 핵심은
변론요지서, '반성합니다'만 쓰면 낭패 본다…김수열 변호사가 강조한 핵심은
피해 변제·재범 방지 객관적 증거 제시해야
10장 넘으면 외면, 늦장 제출은 무용지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재판 막바지, 피고인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서류 한 장이 있다. 바로 ‘변론요지서’다. 징역형이 예상되던 피고인이 집행유예로 감형받는 등 판결을 뒤집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성의 없이 제출된 변론요지서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기 십상이다.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변론요지서의 핵심 조건을 분석했다.
변호인의견서와 변론요지서, 제출 시점과 역할부터 달라
변론요지서는 변론 종결 직전, 판사에게 피고인의 주장과 입장을 최종적으로 요약·정리해 제출하는 서면이다. 공소장을 받은 직후 제출하는 변호인의견서가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와 재판 방향을 설정하는 출사표라면, 변론요지서는 판결 선고를 앞두고 최후 변론을 보충하며 양형에 관한 선처를 구하는 마지막 호소에 가깝다.
실제로 법원은 변호인의견서와 변론요지서에 담긴 변론 내용이 유무죄 판단 및 양형에 참작되었음을 판결 이유에서 명시하기도 한다.
판사가 원하는 변론요지서 "짧고, 구체적이며, 진심이 담겨야"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효과적인 변론요지서의 핵심으로 분량과 구체성을 꼽았다. 김 변호사는 "수백 페이지의 기록과 씨름하는 재판부 입장에서 10장이 넘어가는 서면은 외면받기 십상"이라며 "핵심만 추려 2~3페이지 이내로 작성해야 판사를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용 구성에 대해서도 "막연한 반성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순히 '반성합니다'라고 적는 것보다 피해 변제 내역, 차량 매각 증명서, 알코올 치료 이수증 등 재범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객관적 증거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사가 외면하는 변론요지서 "새로운 주장, 남 탓, 늦장 제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변론요지서에 새로운 주장을 담는 것이다. 변론요지서는 기존 주장을 요약하는 서면이지,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는 서면이 아니다. 이는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
또한,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등 남 탓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어 오히려 불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제출 시기도 결정적이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난 뒤 제출된 변론요지서는 적법한 항소이유로 인정받지 못한다. 판사가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기 전, 최소한 변론종결 1주일 전에는 제출해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잘 작성된 변론요지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재판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장황한 변명 대신 진심이 담긴 행동과 구체적인 변화를 간결하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