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하이닉스 48억어치 사들인 최태원 회장⋯'50억' 넘기지 않은 이유
'주가 반토막' 하이닉스 48억어치 사들인 최태원 회장⋯'50억' 넘기지 않은 이유
주가 급락에 책임경영 차원 첫 자사주 매수
'30일 전 사전 공시 의무' 피하려 48억 선에서 매듭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주가 급락 이후 보통주 3620주를 약 48억 원에 장내 매수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298만 7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SK하이닉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보통주 3620주를 장내 매수했다.
당일 종가 기준으로 47억 8564만 원 규모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매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공포를 불식시키기 위한 책임경영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 막대한 규모의 주식 거래가 품고 있는 법적 의미를 조목조목 따져봤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수, 원칙적으론 문제없다
최 회장의 이번 행보는 철저히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졌다. 대중은 흔히 '경영진이 자사주를 사면 불법'이라고 오해하지만, 원칙적으로 경영진의 자사주 매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회사의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했느냐의 여부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정보가 거래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번 매수는 반도체 주가 급락이라는 공개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하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해당 법망은 가볍게 벗어난다.
왜 하필 48억이었을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매수 금액이 50억에 약간 못 미치는 48억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법적 규제를 피하고 매수 타이밍을 앞당기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다.
자본시장법령상 주요 임원이 50억 이상의 주식을 매수하려면, 매매 30일 전까지 미리 매매 계획을 공시해야 하는 사전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만약 최 회장이 50억 어치를 샀다면, 당장 시장을 진정시켜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한 달을 허송세월해야 했을 것이다. 신속한 책임경영 행보를 보여주기 위해 법적 신고 의무 기준선인 50억 문턱을 넘지 않은 셈이다.
주가 오르면 당장 팔아 차익 챙길 수 있다? 법적으로는 '불가능'
그렇다면 최 회장은 주가가 다시 반등했을 때 이 주식을 당장 팔아 이익을 챙길 수 있을까. 법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자본시장법 제172조에 명시된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 때문이다.
이 제도는 상장법인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6개월 이내 단기간에 자사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얻을 경우, 실제 내부정보 이용 여부와 무관하게 그 차익을 전부 법인에 반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이 조항에 대해 "내부정보 이용 의사를 묻지 않고 엄격한 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라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다.
결국 최 회장의 이번 48억 원어치 주식 매수는 합법적인 시장 개입이다. 사전 공시 의무를 피하는 기민함을 보이면서도, 대량보유상황보고에 따른 변동 신고서를 투명하게 제출해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했다.
단, 향후 6개월의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