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 전 재산 포기"…7년 전 남편이 쓴 각서, 법적으로 무효인 이유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이혼하면 전 재산 포기"…7년 전 남편이 쓴 각서, 법적으로 무효인 이유

2025. 11. 20 09:3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불륜 들킨 남편, 용서받는 대가로 '재산 포기 각서' 썼지만

변호사들 "협의 이혼 전제된 각서, 재판에선 효력 없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 번만 봐주면 다시는 안 그러겠다. 만약 이혼하게 되면 내 전 재산을 당신에게 넘기겠다."


불륜 현장을 들킨 남편이 무릎 꿇고 쓴 이 각서. 아내에게는 남편을 용서하는 유일한 담보이자, 미래를 위한 보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뒤 법정에서 이 각서는 그저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남편의 외도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회사 잘린다" 읍소에 용서… 그후 7년은 지옥이었다

사건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 20년 차 주부인 A씨는 우연히 남편의 컴퓨터에서 직장 여직원과 나눈 내연 증거를 발견했다. 배신감에 치떤 A씨는 회사에 알리고 상간녀 소송을 하겠다고 했지만, "징계받으면 우리 가족 생계가 끊긴다"는 남편의 읍소에 마음을 돌렸다. 대신 '이혼 시 전 재산을 아내에게 넘긴다'는 각서 한 장을 받고 덮었다.


용서는 했지만, 마음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7년간 남편과 각방을 쓰며 대화를 단절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남편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남편은 죄인처럼 맞고만 있었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 A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각서 내용을 이행하라고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제 와서 무슨 이혼이냐"며 버티고 있다.


외도 7년 뒤 이혼 청구?… 불륜 때문은 안 되지만 파탄 때문은 된다

남편의 부정행위는 명백한 이혼 사유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다. 민법 제841조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게다가 A씨는 이미 한 차례 용서를 해준 상황이다.


그렇다면 A씨는 이혼할 수 없을까.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부정행위 자체로는 어렵지만, 혼인 관계가 파탄 났다는 점을 입증하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조 변호사는 "7년 세월을 각방을 쓰고 부부관계도 단절됐으며, 폭력이 오갈 정도로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면 민법 제840조 6호가 정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때린 아내 vs 바람 피운 남편…위자료는 누가?

문제는 돈이다. A씨는 남편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났으니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의 시각은 달랐다. A씨가 행사한 폭력이 발목을 잡았다.


조 변호사는 "혼인 파탄의 근본 원인은 남편에게 있지만, 7년간 관계 회복 노력 없이 폭력을 행사한 아내의 행동 역시 유책 사유"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쌍방의 잘못을 비슷하다고 판단할 경우, 위자료 청구는 기각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상간녀에게도 돈을 받을 수 없다.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이미 7년이나 지난 상태라 상간녀 위자료 청구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믿었던 '전 재산 포기 각서'…법원 "효력 없다"

가장 큰 쟁점은 7년 전 남편이 써준 각서의 효력이다. 남편은 분명 "이혼 시 전 재산을 넘긴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협의 이혼이 아닌 재판상 이혼이나 이혼 전 작성된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효력이 없다.


조윤용 변호사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장차 협의 이혼할 것을 전제로 쓴 재산분할 약정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각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으며, 재산 분할은 각서와 상관없이 혼인 기간의 기여도에 따라 원점에서 다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진행을 맡은 조인섭 변호사는 "각서는 이혼 소송에서 참고 자료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그 내용대로 전 재산을 모두 받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