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 있는 '자유'를 가졌지만, DNA라는 '족쇄'에 묶인 고니 세 마리
날 수 있는 '자유'를 가졌지만, DNA라는 '족쇄'에 묶인 고니 세 마리
제주도의 한 골프장 호수에 날아든 고니들
한진 측 "우리 '고니' 돌려달라" vs. 골프장 측 "우리가 잡아다 키운것도 아닌데⋯"
자신들의 의지로 날아가 골프장에 정착한 새, 과연 '소유권'이 인정 될까?

20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제동목장 관계자들은 이달 6일 서귀포시 표선파출소 경찰관과 함께 샤인빌파크CC를 찾아가 그곳에 정착한 울음고니 3마리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한진그룹 측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울음고니의 모습. /연합뉴스
"DNA 검사를 해서라도, 우리 고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
항공⋅운송으로 유명한 한진그룹이 '고니 세 마리'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고니를 운반하다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룹 소유의 목장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고니들이 인근 골프장으로 날아가 버려 생긴 사건이다.
골프장이 한진그룹의 백조 반환 요구를 거부하며 문제가 커졌다. 한진그룹은 DNA 검사를 해서라도, 집 떠난 고니를 데려오겠다고 주장한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다 정착한 '새'로 인한 소유권 분쟁. 실제 법적으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사건의 발단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골프장 '샤인빌파크CC'에 고니 세 마리가 날아가면서다. 흰색 깃털에 검정 부리를 가진 '울음고니'였다.
고니들은 그대로 골프장 연못에 둥지를 틀었다. 이에 골프장 측이 고니들에게 먹이를 주며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측은 한진그룹의 고니 반환 요청에 "고니가 한진그룹 소유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라며 "우리가 고니를 잡아 와 풀어놓은 것도 아닌데 장물아비처럼 보는 게 불쾌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진그룹은 이 고니들이 지난 2009년, 정식 수입해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그룹 소유의 제동목장에서 기르던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룹 관계자는 "당시 고니들이 낳은 새끼가 현재 목장에 있다"며 "골프장에 있는 고니들과 DNA 검사를 통해 목장에 있는 고니와 일치하면, 한진 소유의 고니라는 것이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한진그룹이 고니의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다한의 배진혁 변호사는 "골프장에 있는 고니가 한진 소유라는 것을 입증하는 게 가능하다면, 고니가 자유롭게 정착하더라도 한진 소유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새가 이곳저곳 날아다녀 애초 주인이 키우던 둥지에서 떠날지라도, '소유를 입증'할 수만 있다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한진그룹은 고니의 DNA 검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또한, 배 변호사는 고니를 수입할 당시의 계약서 등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한진에서 해외에서 고니를 구입했을 당시에 고니의 품종과 해당 고니만의 특이한 점 등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계약서 등이 있다면 동일성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만약 한진그룹에 고니의 소유권이 있다면, 골프장 측은 어떻게 해야 할까.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고니가 스스로 골프장에 날아온 것이므로 골프장 측이 고니를 점유해 소유권을 침탈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한진그룹이 소유권에 근거한 고니 반환 청구 등을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골프장 측은 한진 측이 고니를 데려가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의무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이 고니의 소유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고니를 데려간 것이라면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럴 경우 한진 측은 고니의 소유권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법적으로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의 경우 그렇지 않다. 따라서 한진그룹의 고니 소유권만 인정되면 골프장 측은 한진그룹이 고니를 데려가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골프장 측은 지난 4년간 고니 세 마리를 관리했다. 먹이 등 그 비용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니 소유권이 한진그룹에 있다고 인정돼도 골프장 측이 그간의 관리 비용은 청구하기 어렵다.
배진혁 변호사는 "고니를 반드시 키워줄 의무가 없음에도 임의로 키우면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므로 해당 비용을 한진 측에 청구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중 변호사도 "골프장 측이 한진 측에 비용 상환 청구는 할 수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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