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건넨 다이어트약, '마약사범'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친구에게 건넨 다이어트약, '마약사범'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다이어트약 좀 줄까?”
장난으로 건넨 한마디에 ‘마약사범’ 될 수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친구가 살을 빼고 싶다며 건넨 부탁에 남는 식욕억제제를 나눠줬을 뿐이다. 하지만 며칠 뒤 경찰서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날아온다. 청소년들이 '이런 것도 범죄였어?'라고 되물을 법한 이 아찔한 상황은 강남구가 제작한 '스쿨벨 사례집'에 담긴 실제 사례 중 하나다.
강남구(구청장 조성명)가 청소년 마약, 온라인 도박, 디지털 성범죄 등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구는 최근 강남경찰서 등과 협력해 제작한 '청소년 마약 등 범죄 피해 및 예방 사례집' 1500부를 관내 중·고등학교와 청소년 시설에 배포했다고 20일 밝혔다. 청소년들의 무지가 평생의 낙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장난으로 올린 살인 예고글, 진짜 경찰이 출동했다
사례집은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과 가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탁상 달력 형태로 제작됐다. 그 안에는 법전보다 더 현실적인 경고들이 가득하다.
'장난삼아 온라인에 올린 살인 예고글에 진짜 경찰이 출동한 이야기', '친구 사진을 재미로 합성했다가 디지털 성범죄로 처벌받은 사연', '온라인 내기 게임에 빠져 도박 범죄자가 된 경우' 등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생생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이는 단순한 겁주기가 아니다. 각 사례마다 어떤 법에 저촉되는지, 그 행동이 개인의 삶에 어떤 법적·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식욕억제제도 마약?…'나비약' 거래의 위험성
특히 이번 사례집이 주목한 것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나비약' 등으로 불리며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식욕억제제 문제다. 친구끼리 약을 나눠 먹거나 소액을 받고 거래하는 행위가 마약류관리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범죄임을 명확히 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약물을 의사 처방 없이 소지하거나 주고받는 순간, 본인도 모르는 사이 '마약 사범'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일깨운다. 한순간의 호기심과 무지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단순 예방 넘어 '평생의 상처' 막는 보호막 될 것"
이번 사례집 제작을 이끈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청소년 범죄는 한 번의 피해가 평생의 상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방과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처럼, 이번 사례집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이 기댈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망까지 안내한다.
강남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심리지원센터 등 도움이 필요할 때 손 내밀 수 있는 기관들의 연락처를 함께 수록해 단순 경고가 아닌 '보호막'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결국 '몰라서' 저지르는 범죄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알려주는' 것이다.
강남구의 '스쿨벨 사례집'은 법의 엄중함을 딱딱한 법전이 아닌, 바로 내 친구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청소년 범죄 예방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