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로 성관계 동의받았어도 그동안은 처벌 못 했던 '위계 간음', 대법원이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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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성관계 동의받았어도 그동안은 처벌 못 했던 '위계 간음', 대법원이 바꿨다

2020. 08. 27 18:25 작성2020. 08. 31 13: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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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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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속임수에 대해 성관계와 '직접적' 관련 있는지 여부 따졌지만

이제는 성관계 결심으로 이어지게 한 '간접적' 속임수도 처벌 가능

그간 명백한 거짓말로 상황을 속였다고 해도 그 거짓말이 성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위계 간음'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판례가 20년 만에 바뀌었다. /셔터스톡

"좋은 남자를 소개해줄 테니 여관으로 오라"고 여성을 속여 성폭행했다면, '위계(僞計⋅속임수)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당연히 처벌될 것 같지만 지금까지는 그럴 수 없었다. 명백한 거짓말로 속였다고 해도 '위계 간음'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속임수가 간음(성관계)행위와 불가분성의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을 2001년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이래로 20년 동안 그래왔다.


대법원은 27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이 판례를 전격적으로 변경했다. 종전에는 "레슬링 놀이를 같이하자"며 속인 뒤 성관계를 하는 것과 같이 그 속임수가 성관계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어야 했다. 즉, 성관계 행위 자체를 속이는 정도가 돼야 '위계 간음'을 인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2020년의 대법원은 "성관계를 결심하는데 (속임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위계 간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20년 전 무죄가 나왔던 '속임수'로 여관으로 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한 위 사건도 이제는 유죄가 나올 수 있다.


"나랑 사귀려면 내 선배와 성관계해야 한다"고 속인 뒤 미성년자와 성관계

대법원까지 올라온 이번 사건도 1심과 2심에서는 이런 기존 판례에 따라 '무죄'를 받았었다.


대법원이 20년 만에 '위계 간음'에 관한 판례를 변경했다. /조소혜 디자이너


30대 남성 피고인 A씨는 지난 2014년 7월 B양(당시 14세)을 온라인 채팅을 통해 만났다. A씨는 B양에게 다른 남성 사진을 보내면서 자신을 "18세 남자"라 소개했고, 친분을 쌓아갔다.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교제하기로 했는데, A씨는 돌연 "계속 사귀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스토킹하는 여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B양에게 "나(A씨)를 스토킹하는 여자를 떼어내려면 내 선배와 성관계를 해야 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서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B양은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A씨를 위해 그 요구를 응하기로 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이 말한 '선배'인 척 B양을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나중에 거짓말이 들통난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지난 2001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특정 조건'을 거짓말로 내걸어 유인한 뒤, 그곳에서 성범죄가 벌어졌기 때문에 이 범죄는 '위계 등 간음'이 아니라는 판단을 1⋅2심에서 얻어냈다. 연거푸 무죄였다. A씨 역시 성관계 행위 자체에 대한 거짓말이 아닌 다른 조건(A씨가 자신을 미성년자라고 속인 부분 등)을 거짓말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자발적으로 동의한 성관계라 하더라도, 속임수로 동의받았다면 유죄"

하지만 대법원은 1⋅2심이 '잘못된 판례'에 근거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고,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그 판례'를 변경했다. 20년 만의 변경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행위자가 간음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런 심적 상태를 이용해 간음 목적을 달성했다면 위계와 간음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기존 판례보다 훨씬 완화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결정으로 미성년자를 속여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아청법상 위계 등 간음이 인정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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