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학대 잡아냈는데…아이 옷 속에 숨긴 녹음기, 법으로 보면 문제가 될까?
교사의 학대 잡아냈는데…아이 옷 속에 숨긴 녹음기, 법으로 보면 문제가 될까?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담임교사가 10살 제자 따돌린 정황 공개
부모가 아이 옷에 녹음기 넣으면서 밝혀진 학대 행위⋯"정서적 학대" 판단 나왔지만
교사 "허락 없이 수업 녹음한 건 교권 침해" 주장⋯법으로 따져 보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한 학생을 상대로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학부모가 아이 옷에 녹음기를 넣어 두면서다. 그런데 제3자의 녹음행위는 사실 불법이다. 변호사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부모는 등교하는 아이의 옷에 녹음기를 넣었다. 갑자기 아이가 악몽을 꾸고, 소변을 못 가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녹음기를 재생한 부모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다른 친구도 아닌, 담임교사로부터 따돌림과 폭언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 하루 사이에 교사의 폭언은 아이를 향해 끝없이 쏟아졌다.
"더 울어, 재민이(가명) 더 울어, 우리 반은 7번 없어. 재민이는 다른 반이니까."
아이가 서글프게 울어도 교사 A씨는 질책을 멈추지 않았다. 이동수업을 가면서도 우는 아이를 빈 교실에 혼자 남겨두고 떠났다. "알아서 해. 선생님 몰라"라는 말을 남긴 채.
"넌 거짓말쟁이야. 거짓말쟁이, 나쁜 어린이에서 이제 최고 나쁜 어린이로 변하고 있네"라고 하거나, "이 정도면 (재민이) 거짓말쟁이 아니예요?"라며 다른 친구들 앞에서 폭언과 망신을 주는 일도 있었다.
조사에 나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교사 A씨의 행동을 "정서적인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의 대응이었다. 정작 학교는 A씨에게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그저 학년만 바꿔, 다른 반 수업을 맡게 했다. 아이와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는 사이 A씨는 피해자(피해 교원)가 돼 있었다. 해당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허락 없이 수업을 녹음한 건 교권 침해"라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여줬다.
A씨는 여전히 학교에 머물렀지만, 정작 피해 아동은 자신을 괴롭힌 A씨를 만날까 두려워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 로톡뉴스는 학교폭력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과 이 사건을 살펴봤다.
우선 변호사들은 "A씨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를 저질렀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봤다. 이 법 제17조 제3호가 금지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도 해당 혐의로 A씨를 입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제71조 제1항 제2호).
대한변협 등록 학교폭력 전문인 신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송헌)는 "정서적 아동학대 사건에 명백하게 해당한다"고 했다.
예상되는 처벌 수위에 대해 대한변협 등록 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인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예상된다"며 "유죄 판결이 나오면 초등학교 등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명령(최대 10년)도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 역시 "유죄가 선고된다면 벌금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법률 자문

10세 학생을 상대로 정서적 학대를 하고도 "학부모가 녹음을 한 건 교권 침해"라며 자신의 입장을 내세운 교사 A씨. 더욱이 학부모의 녹음 행위가 교권 침해로 인정되면서, 가해자인 교사 A씨는 도리어 피해 아동 학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애초에 학교 측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노윤호 변호사는 "A씨가 아동학대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부모는 녹음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해당 행위를 교권 침해라고 보기엔 부적절하다"고 봤다.
학부모에게 불리한 부분은 하나 더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녹음하는 건 금지돼 있기 때문.
하지만 변호사들은 "예외가 될 것"이라고 봤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문제가 되는 행동이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예외적으로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될 것이라는 취지다. 그 이유로 녹음이 부모가 아이의 학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던 점을 짚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판례도 있다. 노윤호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서울동부지법이 내놓은 판결을 예로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녹음을 한) 부모의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2019노424). 아동학대 범죄의 사회적 해악을 고려하면 △교사의 가해행위는 중대 범죄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표현력이 제한되는 초등학생인 이상 부모가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게 판단 근거였다. 또한 △공개된 교실에서 나온 발언을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로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노 변호사는 "아직 대법원에서 위 판결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하급심 판례에 비추어 보면 학부모의 녹음 행위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신은혜 변호사도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는, 녹음기를 사용하는 게 학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CC(폐쇄회로)TV 확인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학부모가 원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에서 학부모의 행위는 불법으로 볼 수 있는 조건은 갖췄지만, 실질적으로 위법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처벌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미 변호사 역시 "여러 사정이 참작돼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학부모가 수사를 받더라도) 기소유예 등으로 선처가 가능해 보인다"고 봤다.
